금융권이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은행·카드·보험·증권 등 각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한 곳에 모은 '슈퍼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비대면 금융 거래가 필수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영업점 축소와 같은 오프라인 채널의 감소로 고객 접근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본지는 두 차례에 걸쳐 슈퍼앱을 둘러싼 금융권의 변화를 살펴보고, 대안으로 제시된 은행대리업의 가능성을 모색해 본다.<편집자주>
금융환경이 비대면 중심으로 재편됨에 따라 영업점이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오프라인 채널의 영역이 점점 줄어들면서 고령층 등 디지털 환경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의 금융접근성에 대한 우려 또한 상당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대리업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금융사고 책임 등 현실적인 리스크도 만만치 않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21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점포는 총 4037곳이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 상반기(4795곳)보다 15.8%(758곳) 감소한 규모다. 같은 기간 ATM 또한 2만 8148개에서 2만 419개로 줄었다.
금융당국이 영업점 폐쇄 전에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는 등 제동을 걸면서 영업점이 감소하는 속도는 둔화됐다. 하지만 비대면 금융거래가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감소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전체 입출금·자금 이체 건수 중 인터넷뱅킹을 통한 거래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60.4%에서 2022년 77.7%로 높아졌다.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고 오프라인 채널이 줄어들면서 고령층과 같은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악화됐다는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점포가 법인 등 주 고객층이 밀집한 수도권 지역에 몰려 있어 지방에 거주하는 고객의 금융서비스 접근성은 더욱 떨어지는 등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은행대리업'이 지목되고 있다. 은행대리업은 비은행금융기관이 은행의 단순업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낮은 비용으로 은행의 오프라인 영업 채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에서는 2002년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일부 동남아국가에서도 은행대리업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우체국이 은행과 협약을 맺고 입출금, 조회 등 기초적인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현행 은행법에도 대리업이 명시돼 있으나 이에 대한 정의·진입규제 등 세부적인 내용은 없어 사실상 허용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은행대리업 도입 필요성을 둘러싼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이번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발급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은행대리업 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해당 보고서는 "은행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경제활동 시 금융 이용이 필수적인 점에서 사회적 역할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며 "은행점포 축소로 인한 고령층 비율 등 인구분포 및 지역 간 금융 접근성 격차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은행대리업 도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금융위는 우체국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은행 업무의 범위를 예적금 계좌개설이나 대출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살펴보겠다고 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논의가 지지부진한 이유로는 복잡한 이해관계와 리스크 관리의 어려움이 꼽힌다. 대안으로 제시된 우체국과 수익 측면에서 조정이 쉽지 않고, 은행 업무를 위탁받은 사업장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은행도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해 부담 또한 크다는 것. 은행대리업의 장단점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제도 도입을 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의 영업점 축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대리업 도입으로 공백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며 "다만 보안사고나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문제 해결이 선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