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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당사자 한국위상 '흔들'

협의체 구성원 전락 역할 축소 확실시

부시 미 행정부가 북한 핵 문제를 북-미 양자간 협상이 아니라, 다자협상을 통해 풀어 나갈 뜻을 분명히 함으로써 앞으로 실질적 당사자로서 한국 정부의 역할과 위상이 자칫 축소될 가능성이 예고되고 있다.
제임스 켈리 미 국무차관보는 이번에 우리나라를 방문, 새로운 핵 해결 원칙중 하나로 북-미 양자간이 아니라, 관련국간 다자협상 추진 방침을 전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도 14일(미 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대북 대화를 중국과 러시아, 남한, 일본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기 위한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다자해법의 추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이 다자협상 방식을 내놓은 것은 우선 94년 제네바 합의가 북-미 양자간에 이뤄져 북한의 핵 포기를 제대로 억제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북한이 핵 카드를 계속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는 자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밝혔듯이 `제네바 합의를 대체할 새로운 협정'은 앞으로 한반도 주변국간 협의를 통해 구체화되겠지만, ▲핵 폐기에 대한 철저한 사찰과 검증 담보 ▲대북 경수로 건설 지원 대신, 화력 발전소 건설 또는 가스 지원, 송전을 통한 직접 전력지원 ▲집단적 형식의 북한 체제보장 등으로 압축될 전망이다.
북한의 NPT(핵무기확산금지조약) 탈퇴 문제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유엔 안보리에서 다루고, 새로운 협정 관련 협의는 한.미.일과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관련국과의 협의를 통해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와 관련, 중국과 러시아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한국과 일본을 포함시킨 `5+2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태다.
부시 행정부가 다자간 해법을 선호하는 것은 차제에 북한을 다자협의 틀에 묶어 더 이상 핵카드를 이용한 `벼량끝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편, 핵문제 해결 이후 보상을 할 경우 경제적 부담을 관련국에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활발한 중재외교를 펼치고 있는 것은 한반도 문제에 자신들의 발언권을 확보하고, 나아가 핵 문제 해결 이후 대북 경제지원 과정에서 자국의 경제적 이득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의도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북한이 미국의 `다자해법'을 수용할 것이냐 여부다.
그동안 "핵문제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발생한 문제로 북-미의 양자문제"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일단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위기는 오히려 더 심화될 우려도 있다.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거듭 요구하며 북한이 `제2, 제3의 추가조치'를 경고해온 만큼, 북-미간 일괄타결을 위해 5MW 원자로 연료봉 재장전에 이어 8천개 폐연료봉의 재처리 착수 등의 초강수를 둘 우려도 없지 않다.
미국이 북한의 이같은 반발까지 예상한채 다자해법을 추진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설사 북한의 반발로 인해 다자간 협의를 통한 새로운 협정 체결 노력이 실패로 돌아 간다고 해도 미국으로서는 별로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중국.러시아를 포함한 이같은 다자간 협의 틀 자체가 곧 바로 대북 제재의 틀로 전환될 수 있고, 그 경우 북한을 외교.경제적으로 완전히 고립시켜 확실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점도 부시 행정부로서는 상당한 유혹을 느낄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미국의 다자간 해법이 한국 정부에게는 부정적 측면이 적지 않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북핵 문제가 `국제문제'인 동시에 `민족문제'라는 인식아래 `주도적 해결'을 다짐하고 있는 한국 정부로서는 핵문제가 다자협상의 틀이나, 유엔 안보리 등으로 넘어갈 경우 그 자체가 우리 운신의 폭을 좁히고 다자협의체의 한 구성원으로 전락돼 결과적으로 `자승자박'하는 상황이 될 우려가 많다는 지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16일 "북핵 문제가 유엔 안보리 등 다자해법의 틀로 넘어갈 경우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원치 않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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