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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가 가장 붐비는 날은 10월 3일이다. 어제 개천절에 강화도, 특히 마니산 입구에서부터 마니산 정상까지의 공간은 5백여 시민들로 만원을 이뤘다. 그곳엔 등산복 차림을 한 사람들과 한복 또는 양장을 한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등산객들은 연휴의 초입을 이용하여 강화도에 놀러온 김에 이 섬의 중심부에 우뚝 선 마니산에 오르는것이 목적이요, 한복 또는 정장 차림의 시민들은 개천절을 맞아 마니산 정상에 있는 참성단(塹星壇)에서 하늘을 향해 제사를 지내는 것이 목적이다.
단군 왕검이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쌓아올린 제단으로 알려진 참성단은 사적 136호로서 평소에는 열쇠로 채워져 있지만 개천절에는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그러나 국경일인 어제 개천절에 참성단을 찾은 정부 요인들은 한 명도 없었다. 단군 관련 단체들과 일부 회사, 그리고 시민들이 돼지 머리와 술을 준비하여 간략한 제사를 지내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나라의 시조인 단군이 어느 사이에 민간인 차원의 사적(私的)인 행사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사실을 그곳에 가보고서야 필자는 깨달았다.
이 나라에서 말 좀 잘하고 힘 께나 쓴다는 사람들이 고조선의 역사를 신화로 격하하고, 단군 왕검을 신화의 주인공으로 치부해버린 동안 우리는 민족의 뿌리를 소홀히 했으며, 고조선, 발해, 고구려 등 선조들이 피흘리며 쌓아온 자랑스러운 역사를 방치했다. 그 사이에 중국은 우리의 과거사를 자기나름으로 해부하고 ‘동북공정’이란 전략 아래 우리 역사까지 자기 역사로 편입시키면서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중국의 눈치 보느라 이에 대해 항의 한 번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혜롭고 용감한 조상들이 중국의 벌판을 누비며 피땀 흘려 개척한 우리 역사를 홀대하고 중국의 우리 역사파괴 공작에 대해 꿀 먹은 농아가 되어버린 이 나라의 관리와 지식인들은 과거사 바로 세우기 작업을 한다면서 과거사가 아닌 현대사를 파헤쳐 그 상처를 들쑤시고 한 시대를 움직인 인물들의 과오를 들춰 체벌을 가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우리는 현대사 세우기에 앞서 과거사 찾기에 나서야 한다.
이태호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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