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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널려 있고, 유난히 둥글고 큰 달과 춥지도 덥지도 않는 날씨 속에 모두 풍요와 평화를 누리던 추석날 초저녁, 충남 아산에서는 부모의 재산을 놓고 누나와 남동생이 싸우다 누나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패륜사건이 일어났다. 부모의 집(시가 2억원)이 문제였다. 황금만능주의가 낳은 골육상쟁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잔인해졌는가.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선한 존재냐 악한 존재냐를 두고 인류는 예부터 고민했다. 맹자는 선하게 태어난다고 주장했고, 순자는 악하게 태어난다고 맞섰다. 이런 사건을 보면 인간은 악하게 태어난다는 순자의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착한 일을 한다는 것은 나중에 인위적으로 그 악을 교정(僞), 달리 말하면 교육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악하게 태어나기 때문에 예(또는 예의)라는 사회적 규범을 가르쳐야 한다. 그 예는 성인이나 군주가 만드는데 백성들에게 가르치면 악한 인간도 이를 따르기 마련이다. 이것이 순자가 말하는 성악설의 요체이다.
21세기에는 선을 만들고 가르칠 군주는 없다. 우리 나라 사정은 더구나 그렇다. 왕조 5백년 가운데 군주다운 군주가 과연 몇이나 재위했으며, 일제 40년 동안 제국주의 침략세력이 선을 가르칠 이유가 있었겠는가. 해방 되고 반세기 동안, 독재자가 권위주의 통치를 하면서 국민에게 착한 인간이 되라고 교육할 염치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은 법의 이름을 빌어 온갖 악을 행하니 말이다.
성인은 종교를 만들었고, 그 가르침은 경전이라는 이름의 성스러운 책 속에 다 들어 있다. 성직자들은 수업 과정에서 교주의 가르침을 다 배웠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성인의 가르침대로 신자들을 가르치는 성직자는 얼마나 될 것인가. 성직자만 탓할 일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공범자들이다. 황금을 돌같이 보았다는 위인도 살았던 나라가 바로 우리 나라이다. 동방예의지국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이 몽땅 썩었다. 우리가 교육 목표를 너무 잘못 세운 탓이다.문영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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