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은 우리나라 속담 중 매우 균형 잡힌 대칭을 보이며 깊은 의미를 던져주는 메시지다. 호랑이의 가죽과 사람의 이름은 죽은 다음에 주인공을 평가하는 거의 절대적인 기준이다. 이 속담을 뒤집어서 “호랑이는 살아서 용맹을 보이고, 사람은 살아서 인격을 보인다”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지난해 4월 초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일대를 삼킨 엄청난 화마(火魔)로 거의 다 녹아버린 강원도 낙산사의 동종이 복원됐다. 그러나 낙산사 측에 의하면 16일 오후 종 주조업체인 충북 진천 소재 성종사로부터 복원된 동종을 옮겨와 경내의 누각 ‘보타락’에 설치하는 과정에서 종 내부에 음각된 ‘낙산사 동종 복원기’에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다.
‘유홍준’은 현재 문화재청장이라고는 하지만 머지않아 그만 둘 사람이고, 문화재인 낙산사 종은 영원히 남을 문화유산이다. 더구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란 책을 써서 유명해진 후 문화재청장까지 된 ‘유홍준’은 관리 책임이 있는 동종이 불길에 녹아내리고 있던 그 시각에 답사도 하지 않은 채 “동종은 안전하다”고 호언했던 주인공이다.
어느 네티즌은 한 일간지의 인터넷 판에 “유홍준 청장넘의 ‘마빡’에 ‘동종’을 문신으로 새겨주라!”는 제목의 글에서 “금강산 큰 바위마다 ‘김일성/김정일’ 이름 새겨 풍광을 망처 놓는 ‘빨갱이들’의 작태가 드디어 이 땅에서도 시작됐다. 놈씨가 무척 화나겠다. 저런 ‘싸가지 없는 넘 봤나? 우째 내 이름을 빼다니’”라고 풍자하기도.
필자는 고교 졸업 30년을 기념하여 동기생들이 재학 당시의 은사님들을 모시고 성대한 사은잔치를 베풀 무렵 스승들의 근황을 취재하면서 몇 분에게는 글을 청탁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국어를 가르쳤던 한 스승은 “몇 줄의 글을 남기면 뭣하고, 비석에 이름을 새기면 뭣하나. 다 부질없는 짓이지…”하며 끝까지 사양하셨다. 훌륭한 인물은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후세에 역사가에 의해 그 이름이 올바로 평가될 것이다.
이태호 <논설실장>
이태호기자 lth@kgnews.co.kr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