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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평가의 성격을 띤 상하양원 의원 및 주지사 선거에서 패배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전격적으로 경질했다. 선거 직전 그의 사퇴 문제가 여론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을 때 “그와 임기를 같이하겠다”는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는 부시 대통령이 순식간에 그를 버린 까닭은 미국민들에게 워낙 인기가 없는 이라크전쟁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이기 위함이리라.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에 의해 43세라는 최연소 국방장관으로 발탁된 럼즈펠드가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69세라는 최연로 국방장관으로 재발탁된 후 포스트 탈냉전시대에 맞게 미군을 첨단화, 경량화한다는 이른바 ‘럼즈펠드 독트린’을 수립하고 공군력 및 첨단 통신망을 최대한 활용해 민첩한 지상전으로 전쟁을 마무리한다는 전략에 따라 이라크전쟁에서 손쉽게 승리한 럼즈펠드는 첨단 무기로는 승리했지만 이라크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한 채 전쟁의 후유증을 양산하면서 미국민의 염증을 부채질하다가 낙마했다.
한국 국방장관을 만날 때마다‘남한의 빛과 북한의 어둠’이 대비되는 야간의 한반도 위성촬영 사진을 보여주며 “미국이 한국전쟁에서 흘렸던 피와 땀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강조하면서 주한미군 철수 및 재배치, 전시작전권 이양, 북핵문제 처리 등을 주도해온 그가 사라진 자리에 전 CIA 국장 로버트 게이츠가 들어선다. 다만 부시는 네오콘의 대부 딕 체니 부통령과는 “2009년 임기 말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럼즈펠드는 “패장은 말이 없다”는 옛말처럼 유구무언(有口無言)으로 물러났다. 그의 재임기간 동안 대립각을 세웠던 대한민국 외교안보라인 책임자들도 북핵문제가 악화된 가운데 정리 단계에 있다. 그러나 퇴임한 럼즈펠드와는 달리 교체 내지는 자리를 바꾸는 노무현 정권의 실세들은 하나같이 재임기간 중 잘못이 없었다면서 자화자찬(自畵自讚)하고 있다. 공인들은 떠날 때 서로 다른 인품의 자취를 남기는 것 같다.


이태호<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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