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지난달 주말을 이용해 파주시 탄현면 법흥2리에 있는 영집궁시박물관(楹集弓矢博物館)에 다녀왔다. 마침 이날 (사)무예24기 보존회 시범단의 공연도 이곳에서 펼쳐졌다.
2001년 5월19일 개관한 궁시박물관은 말 그대로 화살 전문 박물관이다. 그리고 ‘영집’은 이 박물관을 만든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47호 궁시장(弓矢匠) 유영기(71) 선생의 호다. 이 박물관은 건물면적 200㎡에 지나지 않는 작은 규모이지만 다연발 화살인 신기전(神機箭), 쇠뇌라고도 불리는 노(弩) 등 각종 화살과 제작 도구, 자료 등 3백여 점이 전시돼 있다.
선생의 집안은 증조부 때부터 화살 만드는 일을 해왔다. 15세 때 6.25가 발발하자 부친과 함께 월남했다. 집문서나 패물은 남겨둔 채 화살 장비와 민어부레(접착제) 만을 가지고 왔다고 한다. 이런 것을 천직이라고 하리라. 선생의 둘째 아들 세현(43) 씨도 대학 졸업 후 다니던 직장을 접고 전통화살 제작 기법을 배우면서 가업을 잇는단다.
그러나 어려움이 많다. 전국을 누비며 해풍을 맞고 자란 2년생 대나무 10만개를 구해오더라도 그 중 5천개 정도만 화살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재료 구하기가 어렵다. 제작 공정도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나무, 소 힘줄, 싸리나무, 어교(魚膠-민어의 부레를 끓여서 만든 풀), 꿩 깃 등의 재료가 있어야 하며, 화살 1개를 만드는데 무려 130번이나 손이 가는 까닭에 하루에 고작 3개 밖에 만들 수 없다고 한다. 또 최근엔 저가의 카본화살이 대량으로 생산되는 바람에 경제적으로도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궁시박물관도 지리적으로 외진 곳에 있어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듯 하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도 날씨가 좋은 주말인데다, 인근에 통일전망대 임진각 등 명소가 많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궁시박물관을 나설 때, 단아한 개량한복차림으로 나그네를 배웅하던 ‘외길 인생’ 유영기 선생의 잔잔한 미소가 가슴 한편에 오랫동안 잔영으로 남아 있었다. 우리 전통문화를 후손들에게 계승하고 싶어 하는 그의 소박한 바람이 이루어지길 빈다.  우 행 <객원논설위원>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