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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와 노동은 다르기도 하고 같기도 하다. 봉사자는 돈을 받지 않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이며, 노동자는 돈을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이다. 종교단체나 시민운동 단체들은 봉사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면서 봉사자들을 무료로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공기관이나 회사는 고정급 또는 임시급을 주면서 노동자들을 고용한다. 봉사와 노동은 돈을 받느냐의 여부로 구별되지만 노동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다.
일단의 어머니들이 23일 오전 서울시 교육청 앞에 몰려가 초등학교 저학년생 학부모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어머니 급식당번제가 겉으로는 자원봉사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반강제적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어머니 급식당번제의 폐지를 주장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2005년 2월 학교의 일방적 학부모 동원금지 원칙을 발표하고 급식당번을 자율제로 전환했었다. 일부 어머니들은 이것을 타율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데모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교육청이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가 50%에 육박하고, 이혼 등으로 홀로 가사를 도맡고 있는 주부가 적지 않으며, 장애인 어머니도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급식 시간에 당번을 정해 학교에 나오라고 하는 것은 여성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여성을 가사와 양육의 전담자로 간주하는 성차별행위다”라고 공격했다. 물론 급식당번제에는 5% 정도의 아버지들도 참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어머니 급식당번제를 여성에 대한 차별로 보지 않은 근거가 여기에 있다.
봉사자들은 돈을 생각하지 않은 채 자발적으로, 기쁜 마음으로 남을 위해 일할 때 성취감을 느낀다. 그러나 생활이 곤궁하여 돈을 받고 전업 또는 부업으로 노동을 해야 하는 주부, 직장에서 신경을 곤두세우며 근무하는 전문직 여성 종사자들, 장애인 어머니들은 학교로 불려가 당번제로 급식 봉사를 하는 것을 꺼린다. 어머니들이 자기 아들·딸 및 그 또래의 친구들에게 밥을 퍼주는 보람있는 일을 당번제로 하지 말고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분들에게만 맡기는 것이 어떨까?
이태호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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