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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 <객원 논설위원>

3월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30층짜리 신축건물에서 불이 났다. 건물 안의 인부 100여 명은 빠져나가려고 아우성을 쳤다. 30층 옥상에서 일하던 몽골인 4명은 자욱한 연기로 숨을 제대로 못쉴 상황이었지만 바람과 반대방향으로 피해 정신을 차린 후 “사람 살리라”는 소리를 듣고 29층에서 24층까지 달려가 차례로 11명을 업고 옥상으로 대피시켰다. 그들은 소방헬기로 구조됐다. 유독가스를 많이 마신 몽골인들은 소방관들에 의해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불법 체류 사실이 드러날까봐 수액 바늘을 뽑아 계단에 버리고 사라졌다.

동아일보가 선행과 미담의 주인공들을 추적, 그 중 한 명을 만나 들은 내용을 3월 24일자 기사로 보도했다. 화제의 주인공 P씨는 자신들이 구해 낸 환자들의 상태를 궁금해했다. 기자가 “모두 건강하다”고 말하자 그는 “그분들을 보기 위해 병원에 한번 가 보고 싶은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서 그는 “나에게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다. 고향 사람들을 구한 것뿐인데 뭐가 그리 대단한 일이겠느냐”고 겸손해 했다. 옆모습만 드러난 P씨는 작은 키에 수줍은 티가 나는 중년 남성이었다.

P씨를 포함한 몽골인들은 불법체류자이므로 우리나라의 법을 어긴 것은 분명하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죄인(罪人)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길 속에서 질식사할 수도 있었던 우리나라 인부를 11명이나 살렸다. 모든 범죄를 악업(惡業)으로 파악하면 그들의 불법 체류도 악업에 속한다. 그러나 그들이 위급한 사람의 목숨을 구한 것은 큰 선업(善業)이다. 이 두가지를 저울에 달면 추는 어디로 기울 것인가?

예수 그리스도는 루가복음 18장 9-14절에서 자신을 깨끗한 사람으로 자부하며 하느님께 감사하는 바리사이와 죄인임을 고백하며 가슴을 치는 세리의 비유를 들어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라고 언명한다. 또한 마르코 복음 2장 17절에서는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 몽골인들을 한사코 체포해 추방하려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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