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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박정희 대통령이 수출주도형 고도성장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의 재벌들을 적절하게 동원하여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사용하는 한편 노동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억압하여 노동운동사에서는 암흑시대를 이룬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재벌의 총수들이 정경유착, 언경유착을 통해 자본주의의 중심세력으로 발돋움하고 ‘그룹’이라는 이름의 탄탄한 조직을 바탕으로 막강한 경호 조직을 거느리며 사실상 황제로 군림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재벌을 필두로 한 자본가와 날카로운 각을 이루는 진보적 노동운동단체들은 재벌을 ‘암세포’로 표현하거나 ‘불필요악’으로 규정하고 ‘재벌해체론’을 역설하기도 한다. 족벌체제, 차입경영 등으로 공룡처럼 성장한 재벌의 위세에 제동을 걸 필요성을 느낀 정치권과 행정부도 공정거래법 제9조로 재벌을 엄격한 규제를 필요로 한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규정하고 상호출자, 내부거래 등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아들과 시비 끝에 상호 폭행한 술집 종업원들에게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타나 “내 아들 때린 놈을 데리고 오라”고 소리치며 보복적으로 폭행하는 데 가담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더구나 김회장은 술집 사장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자 권총을 꺼내 그의 머리에 댄채 위협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한 사회학자는 “재벌은 아들이 맞아도 마음대로 보복을 할 수 있고, 피해자들은 아무런 얘기도 하기 힘들었던 점을 고려해볼 때 우리 사회의 계급적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은 처음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김승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는 한편 폭력 가담자들을 속속 체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강자인 재벌의 총수가 폭력을 사랑과 자비로 감싼 예수 그리스도나 석가모니를 좇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약자에게 보복폭력을 가하는 행태는 인간적인 옹졸함을 드러내고 재벌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주는 나쁜 선례를 남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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