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가정의 달. 가족과의 사랑이 유난히 강조되는 달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가족들에게 외면받고 핍박받는 아이들과 노인들이 적쟎아 안타깝다.

 더욱이 노인과 아동을 학대하는 가해자의 대다수가 친자녀 또는 부모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다.

학대 유형도 단순 폭행의 수준을 넘어 가족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는 방임형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노인·아동 학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 대표적 유형인 방임의 사례를 통해 노인·아동학대의 심각성을 들여다봤다.

◇아동학대= 지난 해 10월 수원시 A씨(33·여) 집에서 발견된 K(6·여)양은 발견 당시 영양실조와 각종 세균에 노출돼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버지가 금융 사고로 도피 생활을 하고 있는데다 K양의 어머니인 A씨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며 가사일은 물론 자신의 딸조차 돌보지 않아 집안에는 소주병과 각족 쓰레기들이 섞여 악취가 진동했고 심지어 바퀴벌레까지 기어다니는 등 도저히 아이가 살 수 없는 환경이었다.

K양은 이같은 환경에서 10개월 동안 방치됐다가 이웃 주민의 신고로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해 구조됐다. 조사결과 A씨는 남편이 금융사고를 낸 뒤 가족을 등지고 도피생활에 들어가자 충격을 받고 우울증을 앓기 시작했고 하루하루를 술로 지내며 아이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지난 한해동안 경기도에만 540건의 아동학대 상담신고가 접수돼 이중 424건이 아동학대 사례로 판정됐다.

이는 2005년 337건이 아동학대로 판정(접수 483건)된 것보다 25.8%나 증가한 것으로 아동 학대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화정(43) 관장(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겸임교수)은 “피학대 아동 사후 관리 프로그램인 ‘아동 지킴이 사업’으로 방임 사례를 관리하고 있다”며 “최근들어 사회적으로 빈곤층 가정이 늘어나고 부모의 이혼이나 가정불화로 인해 친부모로 인한 아동학대가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과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학대= 지난 해 6월 A시에 사는 B(53)씨 집에서 발견된 노부부 C(85)씨와 D(82·여)씨는 발견 당시 발목에 족쇄가 채워진 상태였다.

6명의 자녀를 둔 노부부는 장남인 A씨 집에서 지내면서 유산을 B씨에게만 상속해준데 불만을 품은 다른 자녀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다른 자녀들과의 왕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부부는 부모의 유산 대부분을 상속받은 장남이 자신들을 잘 돌봐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2년 전 C씨와 D씨가 중증 치매에 걸려 배회 증상을 보이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되자 아들로부터 버림을 받기 시작했다.

더욱이 B씨는 치매 부모의 부양문제로 아내와 갈등을 빚어 오다 이혼까지 하게 되자 직장을 나갈 때마다 노부부를 족쇄로 채워놓았다.

C씨와 D씨는 이같은 환경에서 2년여 동안 방치됐다가 노부부의 모습이 오랫동안 보이지 않은 것을 수상히 여긴 이웃 주민의 신고로 경기도노인보호전문기관에 의해 구조됐다.

지난해 경기도에 신고된 노인 학대는 478건으로 이중 282건이 노인학대 사례 판정을 받았으며 이는 2005년 220건의 노인학대 판정(접수 342건)보다 28.1%가 증가한 것이다.

경기도노인보호전문기관 정성학(31)주임은 “노인학대 예방사업을 시작한지 3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노인 학대’를 남의 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금의 관심이라도 보여준다면 가정과 사회 속에서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노인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