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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생산직원 잇따라 백혈병 사망, 삼성 ‘우연’ 단정 논란

8개월새 2명사망 불구 “재해와 무관하다”
“벤젠 등 발암물질 안써” 개인질병 떠넘겨

삼성전자 반도체의 같은 생산라인에서 일한 여직원 2명이 최근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삼성측은 생산라인 환경문제라기 보다는 개인 질병일 가능성을 높게 판단, 두명의 백혈병 원인을 ‘우연’으로 결론지어 논란을 빚고 있다.

10일 삼성전자 반도체에 따르면 지난 3월6일 생산 3라인에서 근무하던 여직원 H모(23)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지난해 8월 같은 근무지에서 사망한 L씨 이후 두 번째다.

지난 3월6일 사망한 H모씨는 2003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입사했다.

디퓨전(확산) 공정에서 13개월을 근무하고 2004년 12월 1일 생산 3라인으로 발령, 6인치 웨이퍼(CD처럼 생긴 반도체 중간제품) 세정작업을 맡았다.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불산(HF), 이온화수소(DI), 과산화수소, 황산암모늄 등의 혼합액에 담갔다 빼는 반복적인 작업이다.

H씨는 작업을 맡은지 9개월여만인 2005년 8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회사에 출근해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하는데는 1년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H씨의 몸은 백혈병 후유증으로 인해 재휴직 2개월을 받았으나 삼성전자와의 논의 끝에 10월경 퇴직했다.

H씨는 퇴직이 결정된 지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백혈병이 재발, 스물 셋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졌다.

H씨 이전에 같은 생산 3라인에서 근무하던 L모씨도 지난해 6월 급성 백혈병이 발병, 두 달만에 사망했다.

삼성전자측은 백혈병 원인에 대해 백혈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물질로 알려진 벤젠과 같은 물질은 쓰지도 않아 생산라인 환경문제라기 보다는 개인 질병일 가능성이 높다며 두 명의 백혈병 원인을 ‘우연’으로 결론지었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우연의 일치’로 백혈병이 발병했을 뿐 실제 작업환경과 관련된 문제는 없다는 것이다.

또 안전교육, 방재, 환경분야 등에만 500여명의 직원이 있고 매년 1천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작업환경은 안전하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매일 5만5천끼니의 점심식사가 소요되는 공간인 만큼 백혈병 등이 발생할 경우 어느 누구도 근무를 원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며 개인 질병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씨는 현재까지도 산업재해를 신청하지 않았다”며 “작업환경 요인에 의한 백혈병이라면 생산공정 자체가 멈췄어야 했지만 그렇지 않았고, 백혈병으로 승인된 산업재해는 단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근로복지공단과 경인지방 노동청도 산업재해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이상 역학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2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급성 백혈병은 벤젠을 사용해 근로자에게 빈혈·백혈구와 혈소판 감소증의 영향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산업재해 인정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힘든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측이 재해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공단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경인지방노동청 관계자도 “근로복지공단에서 조사의뢰를 하지 않은 상태로 산업재해와 관련된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의 경우라도 조사를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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