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남존여비의 전통이 강했던 조선시대에 딸만 있고 아들이 없는 가문은 동족(同族)·동성(同姓) 집안에서 양자를 들이고 이성(異姓) 집안에서 데릴사위를 들였다. 당시 쓰인 솔서(率壻)란 말은 데릴사위를 거느린다는 뜻이다. 데릴사위는 전통적인 가문에서 혈통을 잇는 양자와 달리 노동력으로 가사를 돌보는 인력 충원의 역할을 했다. 물론 용모가 반듯했거나 머리가 영리했지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고생하던 청년이 부자의 데릴사위로 들어가 팔자가 트인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봉건사회에서 차별받아온 여성의 권리는 해방 후 남녀평등사상이 차츰 확대되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으로 들어서면서 급속히 신장된 여성해방 풍조에 따라 남성 중심의 호주제가 폐지되고, 자식이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요즘은 우리 정부가 세계에 유례가 드문 여성인적자원부를 두어 여성의 권리를 따로 챙기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남성들이 위축되고 있는 감마저 있다.

최근 한 결혼정보업체가 1천억 원 대의 재력가가 딸의 데릴사위를 찾고 있다는 광고성 기사를 대대적으로 퍼뜨려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여러 번 언론의 입에 오르내리더니 270대 1의 경쟁률로 접수를 마감했다 한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예상보다 지원자가 너무 많아 이 정도면 좋은 상대를 찾아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공개모집을 일찍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이 업체에는 60여 명의 재력가가 아들 같은 사윗감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생각컨대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의 인격을 짓밟고 학대하는 남성이 있다면 그는 저열한 인간에 해당겠되지만, 사지가 멀쩡한데도 돈 많은 여성 가문에 데릴사위로 들어가 돈을 관리하는 기계가 되려는 남성이 있다면 그는 남성과 상관 없는 존재일 수도 있다. 전자가 인격 파탄자라면 후자는 돈격 추종자일 것이다. 다만 우리는 도무지 취직이 안 되어 지긋지긋한 백수를 모면코자 데릴사위 광고에라도 신청서를 낸 청년들은 차한(此限)에 부재(不在)로 이해한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