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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방학숙제 대행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잠이 아놔(안 와) 아놔. 안습(안구에 습기 참, 눈물남)인 거다. 개학식은 8월 20일. 방학숙제 지금 해야 하는데 진짜 막막하다 -_-. 우선 국어 안 하면 담임이 남겨서 청소시킬 것 같다. 아니면 살포시 때리거나, 영어는 안 하면 내 이름을 알고 있는 샌님이 싫어할 것 같고, 사회는 안 하면 수행을 깎고, 과학은 안 하면 음, 맞거나 조낸(엄청) 잔소리?! 기가(기술·가정)는 안 하면 그 높은 톤의 보이스로 ‘너 왜 안 했니?’라 할 것 같고, 음악은 ‘네가 뭔데 방학숙제를 안 해!’라고 할 것 같다. 아아아 이 죽일 놈의 방학숙제….”

한 학생이 인터넷에 쓴 이 글에는 방학숙제로 인한 중압감이 깊게 베어있다.

교육당국이 시험 성적만이 아니라 학생의 과제 수행과정을 평가해 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취지로 1999년 도입한 수행평가의 내신반영 비율은 서울지역 초·중·고교의 경우 본래 15%였으나 2004년부터 30%로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방학이 끝나가는 요즘 서울 강남지역의 방학숙제 대행학원들이 방학 수행평가(방학숙제)를 건당 2만5천원에서 5만원씩 받고 대신 해주고 있다. 그들은 대행요금만 다를 뿐 전국 곳곳에 포진해 있다.

“독후감, 그리기, 전시회 관람 후기, 미술 숙제(모든 종류), 과학 숙제 업계 최저 가격으로 대행해드립니다” “주문시 3일 이내 완성본 송달해드립니다” “지불능력 없는 학생들의 주문은 받지 않습니다. 선입금(先入金) 원칙입니다” 인터넷에 나돌고 있는 광고 문구들이다. ‘방학숙제 대행’이란 단어를 검색창에 치면 해당업체들이 줄줄이 뜬다.

수요가 공급을 창조하는 경제학의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되고 있는 듯하다.

돈만 내면 소년·소녀 일을 어른이 도맡아 해주는 이것이 아마추어 게임에 프로선수가 출전한다는 말과 무엇이 다를까? 돈 없는 학생들이 여기서 받는 상처는 얼마나 클까? 경쟁이 불공정하게 이루어지는 사회, 인격을 닦기보다는 돈격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교육이 설 자리는 매우 좁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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