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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정상회담과 고무줄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8월 말에 열릴 것으로 남·북한간에 합의한 정상회담이 갑자기 10월 초로 연기됐다.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하는 이 회담이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현재로서 정상회담 연기의 가장 유력한 이유는 지난 18일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우리나라의 김만복 국정원장 앞으로 보내온 전통문에서 최근 북한 지역에 발생한 수해 피해 복구가 시급한 상황 때문인 것으로 꼽힌다.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지도부는 수해 상황이 외부에 공개되면 불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끼리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합의한 정상회담 일정이 수해로 연기된 사례는 세계사에 없다. 사망률이 높은 전염병이 창궐하여 북한의 도처에 시체가 쌓이는 등 목불인견의 참상이 펼쳐지고 있다면 정상회담의 연기는 불가피할 것이다. 자연재해의 일종인 수해는 강인하기로 이름난 북한 인민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수해란 것은 회담 연기의 표면에 내세운 구실인 듯하다.

북한은 올해 초부터 관영매체를 총동원하여 오는 12월 대선에서 반(反) 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라고 역설해오고 있다. 북한측 입장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은 가까이는 친북정권의 재집권에 유리한 여건 조성하기, 멀리는 ‘우리식’ 통일을 위한 명분과 실리 쌓기 등의 목표를 내포하고 있다. 북한 지도부가 정상회담을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월 10일 직전이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선거일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시점으로 옮긴 것은 나름의 목표에 합당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정상회담에 관심을 가진 우리 국민은 노무현 정권의 자세를 주목하고 있다. 북한에 정상회담을 애걸하여 8월 말에 열기로 성사시켰으나 이것을 10월로 연기하겠다는 북한의 일방적 통보를 받고 그 이유에 맞장구쳐주는 노무현 정부의 대북통들의 행태는 국가적 체통의 고저(高低)와 당사자 관계의 주종(主從)을 암시하는 것 같다. 정부 요인들은 정상회담을 고무줄놀이로 비치게 하지 말고 민족의 장구한 미래를 향해 벽돌을 쌓는 자세로 회담에 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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