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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생계형 체납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중국 전국시대에 맹자는 양혜왕과의 담화에서 “개 돼지가 사람이 먹을 것을 먹어도 제지할 줄을 모르고, 길에 굶주려 죽은 송장이 있어도 창고의 곡식을 풀어낼 줄 모르며, 사람이 죽으면 말하기를 ‘나 때문이 아니라 흉년 때문이다’라고 하니, 이 어찌 사람을 찔러 죽이고도 ‘나 때문이 아니라 병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겠습니까? 왕께서 흉년 때문이라고 탓을 돌리지 않으시면 이에 온 천하의 백성이 모여 들 것입니다”라고 충고한 바 있다.

2천300여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 정부가 국민건강보험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가정살림이 어려워 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한 지역 가입자는 2005년 195만 가구, 2006년 209만 가구였던 것이 올해는 이미 지난 3월에 220만 가구를 돌파했다. 보건복지부는 늘어나는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기 위해 그동안 의료비를 면제해주던 65만5천여 극빈자, 즉 1종 수급권자들에게도 7월 1일부터 외래 진료비를 징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은 보험료를 체납한지 3개월이 지나면 보험료의 5%, 6개월 이내면 10%, 6개월이 넘으면 15%의 가산금을 내야하며, 이것마저 밀리면 국세청이 봉급과 재산을 압류해 시름에 쌓여 있다. 복지를 내세우는 정부가 건강보험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고육책으로 이런 방법을 동원하고 있겠지만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고혈(膏血)을 빨아 의료 혜택을 베풀겠다는 발상 외의 아무 것도 아니다. 건강보험료 뿐 아니라 각종 세금과 공과금을 체납한 실직자 가장들은 세리(稅吏)들이 밀어닥칠까봐 좌불안석이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에만 생계형 체납자가 제기한 고충민원 8천894건 가운데 7천26건(79.0%)을 시정했다고 2일 밝혀 이목을 끌고 있다. 진정으로 국민복지에 관심이 있는 정부라면 사람을 찔러 죽이고도 “나 때문이 아니라 병기 때문이다”라고 핑게대지 말라는 맹자의 경고를 되새겨 가난한 체납자들의 재산을 압류해 피눈물을 흘리게 하지 말고 그들에게 분납의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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