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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도보 월경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한 남한의 정치 지도자들은 1948년 4월 중순에 평양에서 열린 남북조선 제정당 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그 길을 걸어서 38선을 통과해 북한으로 들어갔다. 김구, 김규식, 김일성, 김두봉 등 4김을 비롯한 남북 지도자 15명은 5월 1일 외국군의 철수 등 4개항을 담은 남북조선 정당·사회단체 지도자협의회 명의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으로 남북협상을 마감했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의 현대사를 지배했다.

남·북한은 그 후 분단을 가속화하는 단독정부를 각각 수립해 적대국으로 굳어져갔다. 그 과정에서 소련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 주석이 공산화 통일을 위해 1950년 6월 25일 남침해 일대 재앙을 초래한 바 있다. 해방 직후 미소에 의해 그어진 38선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거치고 정전협정의 결과 현재의 휴전선 즉 155마일에 이르는 군사분계선으로 변모하면서 국토와 민족을 동강내고 말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구 상에서 유일한 분단민족으로 남아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기 위해 오늘 도보 월경(道步 越境) 즉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영토로 들어간다. 집권세력끼리는 대화와 친목을 도모한다할지라도 군인끼리는 삼엄한 대치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분단국가에서 대통령이 걸어서 국경을 넘는다는 것은 양해된 상황에서 진행된다 할지라도 위험을 수반하거나 위험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극히 예외적인 현상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한 협력체제의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북한 핵의 철폐를 위한 6자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다. 남북한은 주변 4대 강국들의 관심과 협조 속에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자주와 평화를 표방하는 공동성명을 도출했으면 한다.

노 대통령이 도보로 월경하는 그 길은 앞으로 무장 군인들이 점거하는 작전도로로 돌변하지 않고, 남북한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평화와 번영의 대로로 뻗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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