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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마지막 사랑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로이터통신은 11일 영국의 한 출판사가 “인류를 멸망시킬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때까지 60분이 남았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4%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거나 전화 통화를 하며 마지막 순간을 보내겠다”, 13%가 “가만히 앉아 샴페인이나 마시며 운명을 받아들이겠다”, 9%가 “마지막 섹스를 하겠다”, 3%가 “최후의 기도를 하면서 보내겠다”라고 대답했다고 보도했다.

사랑 또는 섹스는 강렬하다. 1709년 4월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 뜰에서 우물을 파던 인부의 곡괭이에 쇠붙이가 걸렸다. 그것을 계기로 수많은 고고학자들이 대대적인 탐사를 벌여 화산 폭발로 도시 전체가 잿더미로 변한 폼페이의 전설이 하나둘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많은 유물과 화석 중에서 발을 포개 앉은 채 꼭 껴안고 죽은 남녀의 시신이 나왔다. 불덩이 속에서도 한 몸이 돼 마지막 사랑을 불태웠던 남녀의 운명이 눈물겹다.

1912년 4월 14일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사건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타이타닉’이란 제목으로 만든 영화는 남성 주연 도슨 역을 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여성 주연 로즈 역을 한 케이트 윈슬렛의 순결하고 애절한 연기와 셀린 디옹이 부른 구슬픈 주제가 ‘내 심장은 뛸 거예요’가 감동의 상승작용을 불러일으킨다. 파도를 헤치고 살아남은 로즈가 죽은 도슨을 생각하며 “매일 밤 나의 꿈속에서 나는 당신을 보고 당신을 느껴요. 당신이 살아있음을 나는 알 수 있어요”라고 노래할 때 팬들의 슬픔은 절정에 달한다.

부부나 연인들이 이승에서의 최후를 진한 사랑으로 마무리하겠다는 것을 말릴 사람은 없으리라. 배우자나 애인이 곁에 없는 사람은 마지막 정욕을 쏟을 대상을 찾아 눈을 부라리며 뛰어다닐지 모른다. 하지만 기독교 신자가 많은 영국에서 “최후의 기도를 하면서 보내겠다”는 사람이 3%밖에 안 되는 사실은 대다수 현대인들이 기도보다는 사랑 또는 섹스를 즐기는가 하면 최후의 심판에 대한 두려움을 뇌리에 새겨놓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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