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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첫 눈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펄펄 눈이 옵니다./하늘에서 눈이 옵니다./하늘나라 선녀님들이/송이 송이 하얀 눈을/자꾸자꾸 뿌려줍니다./자꾸자꾸 뿌려줍니다.” 어린이들이 하늘에서 내리는 흰 눈을 보며 즐겨 부르는 동요다. 하늘나라에 선녀나 천사가 있다고 믿는 어린이들은 선녀의 선물로 흰 눈을 이해한다. 눈을 무색투명한 수분이라는 액체가 공중에서 얼어서 하얀 고체로 변하는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는 어른이 있다면 그는 눈에 대해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이뤄지지 못한 첫 사랑을 오래 간직하는, 아니 죽을 때까지 머리 안에, 가슴 속에 새겨두는 것은 회고에 대한 본능보다는 미완성에 대한 아쉬움을 짙게 깔고 있기 때문이다. 한이 많은 사람일수록 지난날을 자꾸만 생각하면서 우울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흰 눈을 선녀님들이 뿌려주는 선물로 받아들이지 않고, 첫 사랑이나 실패한 업무를 떠올리면서 하얗게 밤을 새는 사람은 첫 눈 오는 날만은 밝고 명랑한 생각을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평야에서는 오곡과 백과가 무르익어가고 있건만 강원도의 대관령과 설악산 대청봉, 그리고 백두대간의 끝자락인 지리산의 주능선에 20일 첫 눈이 내렸다. 꽤 많은 눈이 아직은 단풍도 들지 않은 지리산의 녹색 천지에 하얀 눈꽃을 피운 모습은 장관이었다. 장터목 대피소의 한 관계자는 눈이 내리던 당시 지리산 기온은 영하 5.4도까지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것은 높은 산에 일시 내린 예외적인 현상의 반영이지만 첫눈임에는 틀림이 없다.

높은 산에 첫눈 소식이 들리니 언젠가는 평야에도 첫눈은 내릴 것이다. 첫눈 오는 날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마냥 걷기로 약속한 사람들은 그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먹을 것이 부족하며 잠 잘 곳이 불편한 사람들은 그날을 고생문이 열리는 신호로 받아들이리라. 11월이나 12월 어느날 온 천지에 첫눈이 펑펑 내리는 날이면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개인의 삶과 이 세상에 평화와 풍요가 가득하도록 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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