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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공공시설의 소음공해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선진국과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려는 나라 가운데 공공시설에서 소음을 일으키는 사람을 가장 많이 거느리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도서관, 복지관 등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외국인들과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독서하거나 원고를 작성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는 한국인들은 옆 사람들이 일으키는 소음공해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도서관과 복지관 컴퓨터실 등에서 공부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이 항의하건 말건, 인상을 찌푸리건 말건 멋대로 떠들어대는 인간들은 대체로 일부 초·중·고생들이다. 그들은 상소리를 예사로 내뱉거나, 껌을 씹거나, 친구들과 킬킬대거나, 게임을 하며 귀가 쩡쩡 울리게 소리 지르거나, 쿵쿵 소리를 내며 뛰어다니기 일쑤다. 어른들이 주의를 줘도 한 귀로 듣고 흘려버리는가 하면 ‘당신이 뭔데 남의 자유를 제한하느냐’라는 식으로 째려보기도 한다.

대부분의 국공립 도서관들은 소음공해를 견디다 못한 성인들의 민원이 폭주하자 성인실과 청소년실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아예 청소년들의 열람실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구청 단위의 복지관들은 도서실과 컴퓨터실에 성인과 청소년들을 함께 받아 소음공해를 양산하고 있다. 공중 앞에서 떠들어대는 청소년들을 배출하는 가정과 학교가 불쌍하고 공중도덕이 바로 서지 않는 이 나라의 운명이 어둡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청소년들 뿐 아니다. 일부 노인은 인터넷상 카페에 가입하고 복지관 컴퓨터 교육실에서 포토샵이나 스위시 프로그램을 배우고는 떼를 지어 컴퓨터 작업실로 자리를 옮겨 가 옆에서 검색하거나 리포트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배운 것을 복습하고 실습하느라 자기들끼리 몇 시간이고 떠든다. 귀가 어두우니 말소리가 큰 경향이 있는 노인들이 도서실이나 컴퓨터 작업실을 점거하면 장터로 돌변하고 만다. 참다못한 사람이 떠드는 사람에게 주의를 주면 청소년들은 10분 정도는 조용한데 노인들은 소귀에 경 읽기다. 공공시설에서의 소음공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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