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창룡문] 자서전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자서전은 개인의 일생을 비춰보는 거울이요, 역사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저서전은 ‘그 기록이 진실하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여야만 거울이요, 역사일 수 있다. 진실 아닌 허위, 고백 아닌 변명, 회개 아닌 모함을 담고 있는 자서전 아닌 자서전은 쓰레기요, 흉기일 뿐이다. 필자가 일제시대를 거쳐 해방 후 어느 시점까지 살았던 명사들의 자서전을 분석했을 때 일제시대의 친일행적을 빠뜨렸거나, 오히려 애국운동으로 변조한 경우가 많아 놀란 적이 있다.

가장 쓰기 어려운 자서전은 ‘참회록’ 형태의 자서전이다. 자신의 잘못을 철저히 회개하고 독자와 역사의 비판을 달게 받겠다는 자세로 참회록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큰 과오를 저질렀을지라도 대범하고 훌륭하다. 반대로 자신과 사회와 국가에 돌이킬 수 없는 해독을 끼쳤으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치 않고, 그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자서전을 쓰는 사람은 인간으로서는 말종에 속한다.

지난 2일 국회의 문화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주신당 정청래 의원은 곧 출간될 신정아 자서전의 일부 내용을 낭독하면서 현재 한나라당 소속인 모씨가 기자시절에 신정아씨를 성추행했다고 주장하고 “언론정화를 위해 김종민 문화관광부 장관이 앞서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은 “신씨는 살아온 사실이 거짓인데 이런 사람의 말을 믿을 수 있는가”라고 되받아쳤다. 성추행 구설수에 오른 모씨는 “신정아씨 자서전 내용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명예를 훼손당한 만큼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30대 중반의 노처녀가 청와대의 제3인자라는 변양균과 간음하며 4천만원짜리 반지도 선물 받고, 학력을 속이고, 여러모로 세상을 희롱하다가 쇠고랑을 찬 후 무슨 자서전을 내겠다는 것인지 귀가 의심스럽다. 그걸 사전에 입수했다고 공개해 상대 당을 치는 국회의원도 희극의 배역 같다. 돈 없고 배경이 없어 자서전 출판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은 분통이 터질 일이다. 나는 죽어가던 주인을 살린 개나 갓난아이를 돌보는 원숭이의 자서전을 대필하고 싶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