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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기적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예수님이 생전에 기적을 많이 행하셨음을 성경은 말해준다. 부처님도 기적에 버금가는 일을 적지 않게 하셨음을 부처님 일대기는 전한다. 종교와 인종과 성별과 나이의 벽을 넘어 신이나 고등종교의 창시자들은 범속하고 천박하며 우매한 인간들을 깨우치기 위해 기적을 행하셨다. 성현들은 보통 사람은 아무리 입으로 말해도 듣지 않는 인간들에게 선물을 주는 심정으로 기적을 베푸셨으리라.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지만 사흘 만에 부활해 마침내 하늘나라로 올라가셨다고 가르친다. 여기까지가 공적계시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에 의해 구원받은 인간들이 교회와 성당을 외면하고 타락의 극을 달리거나, 신자들이 교회와 성당을 형식적으로 다니면서 뒤로는 죄를 많이 지어 대환란을 초래하고 결국 지옥으로 떨어지려 할 때 예외적으로 인간 세상에 발현하시기도 한다. 이를 사적계시라 한다.

MBC가 13일 밤 PD수첩을 통해 ‘기적이냐 사기냐 -- 나주 성모동산의 진실’이란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그것은 1985년 전남 나주에 사는 주부 윤율리아 자매에게 발현한 예수 그리스도와 율리아 자매가 모신 성모상에 눈물을 흘리며 발현한 성모 마리아가 숱한 기적을 행하며 사랑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 일련의 초자연적인 현상을 사기로 규정하는 내용이었다. 대중매체인 PD수첩은 종교의 영역에 속하는 기적을 반대자들의 일방적인 진술을 부각시키고 기적의 은총을 받은 사람들의 진술을 철저히 배척한 채 시청자들을 향해 단죄한 셈이다. 2천여년 전의 빌라도 법정이 오늘날엔 방송 법정으로 탈바꿈했는가?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은 공적계시 때나 사적계시 때나 형극의 길을 걷고, 성령으로 잉태해 그리스도를 낳아 기르며 ‘은총의 중재자’의 역할을 담당한 성모 마리아의 일생도 기구한 것 같다. 기적을 사기로 규정할 능력을 가진 인간은 없고, 사기를 기적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 인간도 없다.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초월한 영역에 속하는 기적을 믿느냐, 안 믿느냐를 선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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