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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거짓말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거짓말은 개인에게는 자신을 기만하는 도구요, 집단에게는 질서를 휘저어놓는 원흉이다. 거짓말은 자신의 생각과 말을 스스로 뒤집어엎는 것으로서 고등종교의 창시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나쁜 습관이다. 또한 그것은 집단의 계획과 구상에 차질을 초래해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시한폭탄이다. 거짓말은 가벼운 입에서 튀어나오는 미세한 파장에 지나지 않지만 쇠망치처럼 큰 반향을 일으킨다.

일부 정치인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5.16쿠데타를 일으켜 사회의 질서를 잡은 박정희씨가 양심적인 정치인에게 권력을 넘기고 군 본연의 임무로 복귀하겠다고 다짐한 ‘혁명공약’을 깨고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점, “대통령직선제가 되면 사면 복권이 되더라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국민 앞에 선언한 김대중씨가 자신의 말을 뒤집고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점, BBK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다가 조금씩 그 실체를 인정하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등이 그것이다.

하나금융그룹 사보인 ‘하나가득’이 직원 1천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4일 공개한 내용에 의하면 조사 대상의 70%가 친구나 지인들에게 가장 자주 하게 되는 거짓말로 ‘언제 밥 한 번 먹자’를 들었다. 이어 ‘안 그래도 연락하려고 그랬다’가 20%로 2위를 차지했으며, ‘좋아(예뻐·젊어) 보이네’가 8%로서 3위를 기록했다.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은 먹을 의지가 없으면서 했다면 거짓말이겠으나 의지는 있으되 일시를 정하지 않았으므로 책임을 추궁하기 어려울 것 같다. “좋아 보이네”는 덕담인데다가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므로 돌팔매를 맞을 범죄는 안 된다.

부부나 애인들이 상대방으로부터 “자기, 천사처럼 예뻐”라고 말할 때 그 말을 듣는 사람은 십중팔구 상쾌해진다. 이 경우 “나는 악마인데 그런 말하면 나뻐”라고 화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거짓말은 덕담이나 칭찬의 차원에서 하면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거짓말을 개인이나 집단을 폄하하거나 매장하기 위해 조작해서 유포하면 바이러스처럼 프로그램과 질서를 망가뜨린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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