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안병현칼럼] 존폐 기로에 선 수도권정비계획법

수도권 규제 피해액 수억원 지역슬럼화·외자유치 걸림돌
정부, 기업 지방이전책 실패 道, 법률제정 사업협약 촉진

 

정부가 수도권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수도권에 밀집된 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전국이 골고루 발전되도록 하자는 거였다. 우선 취지는 그럴싸하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이천 하이닉스 공장증설 문제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존폐론 마져 거론케 한다.

하이닉스는 오는 2010년까지 13조5천억원을 들여 24만7천㎡부지에 라인 3개를 증설하기로 하고 허가를 신청했지만 정부는 충북 충주에 공장을 지으라며 불허했다. 그러나 충주에 공장을 건설하면 부지구입비, 물류비, 연구개발 인프라 부족 등으로 5천억원이 추가로 소요되기 때문에 하이닉스는 난감한 입장이다.

 

경기도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정부는 뒤늦게 무방류 시스템을 전제로 조건부 허가를 내줬지만 이로 인한 추가비용이 연간 45억원 이상이 소요되는데다 분초를 다투며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하이닉스의 희망대로 공장 신·증설이 이뤄지면 3천100개의 협력업체를 포함해 9천명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었다.

정부가 원하는대로 수도권을 강력하게 규제하면 기업들이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해 갈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한상의 조사에 의하면 정부가 원하는 대로 수도권 규제를 피해 지방으로 가겠다는 기업은 9%에 지나지 않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서는 대기업 가운데 33%는 수도권 규제로 해외 투자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한국개발연구원의 조사는 수도권 기업 가운데 40% 정도가 10년 안에 국외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는 현재 수도권 규제로 인해 40여개 기업이 50조원 넘는 투자를 유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로 인해 4만5천여명에 달하는 일자리가 만들어 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도민을 비롯, 수도권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 규제는 외자유치 기회도 놓친다. 정부는 덴마크 레고그룹이 2억달러를 들여 이천에 66만㎡규모의 테마파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불허했다.

참여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지역균형발전론이 실패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수도권 규제가 지방에 대한 기업투자를 유도해 성공했다는 사례를 찾아 보기가 힘들다.

 

인프라구축과 물류, 인적자원 확보에 열악한 지방에 공장을 세워놓고 하늘만 쳐다보는 그런 기업이 있겠는가를 생각하면 결과는 간단명료하다. 설령 수도권 공장입지 규제의 덫에 궁여지책으로 필요한 연구소와 첨단 생산라인을 지방으로 이전해도 오히려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규제로 인한 지역의 슬럼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2005년을 기준으로 자연보전권역 1㎢당 인구밀도는 가평 66명, 양평 97명, 여주 173명 등으로 전국 평균 491명의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물러 있고 재정자립도 역시 양평 17.4%, 가평 21.9%, 여주 38.1% 등 전국 평균(56.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경기도민을 옥죄어 오는 수도권정비계획법 말고도 거미줄 규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과밀부담금제, 공장총량제, 군사시설보호구역, 그린벨트,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과 조세특례제한법, 농지법, 수도법 등이 그것이다.

1982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된 이후인 1985년 전국인구의 38%가 수도권에 살고 있었지만 2005년은 오히려 10%가 늘어난 전국 인구의 48%인 2262만명이 수도권에 밀집해 살고 있는 것을 보아도 수도권 규제로 인한 분산정책은 빚나갔음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서울 14만명, 인천 113만명이 늘어난 반면 경기도의 인구는 무려 555만명이 늘었다. 이래도 수도권의 지방분산을 얘기할 수 있을까. 산업도 도에 전국의 40% 가량이 몰려 있어 도가 국가경쟁력의 원동력을 제공하게 됐다. 이러한 수치만 보아도 수도권정비계획법이 법제정 취지에 부합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8일 열린 이명박 당선자와 재계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공장총량제 등 수도권 규제가 외자유치 및 기업의 투자확대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 당선자는 “진정으로 기업이 원하는 규제를 풀겠다”고 화답했다.

 

법 제정 25년만에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손질이 불가피 해 졌다. 경기도도 수정법을 폐지하는 대신 구체적인 대체입법인 ‘수도권 계획적 관리를 위한 법률’을 제정해 공장총량제 폐지, 4년제 대학의 신·증설 허용, 대규모 개발사업을 위한 협약제 시행 등을 밀어 부치고 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