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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진보세력에게 띄우는 고언

불분명한 정책대안 유권자 혼동
비전위한 가치정리 총선준비 당부

 

메니페스토 실천본부 사무처 직원들이 태안의 자연과 주민이 고통 받고 있고 큰 시름에 젖어 있는 천리포 기름 유출사고 현장에 한 걸음에 달려갔다. 피해 어민들이 하루 빨리 삶의 희망을 되찾을 수 있도록 기름유출 사고 피해를 줄이는데 작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컸지만 우선 매니페스토운동의 정방향성을 위해 자신부터 닦아내고 싶었다. 함께 나눠지고 가는 따뜻하고 살만한 세상임을 확인해주는 이 땅의 진정한 주인들 속에서 한국형 매니페스토운동의 정방향성을 찾고 싶었다.

가치충돌을 원했다. 서로의 가치가 매니페스토운동을 통해 양성화되는 정리된 정책대안들이 무한 경쟁하길 바랐다. 민주주의라는 것은 보수에서 진보로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교체가 가능할 때 더욱 성숙해 진다. 이러한 정권교체가 자연스러우려면 가치가 명확해야 한다.

허나 안타깝게도 그토록 바랐던 가치충돌은 없었다. 소위 진보진영은 1987년 민주항쟁 당시의 반파쇼 연합처럼 반이명박 전선으로 어렴풋이 존재할 뿐, 정리된 가치와 미래비전, 정책대안들이 도출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이명박 후보는 결코 아니라고만 할 뿐 나의 가치와 미래비전, 정책대안들을 유권자들에게 설명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이러한 무기력은 혼동에서 찾을 수 있다. 보수의 관례적인 반대말은 진보이나 정작 영어에서 보수(conservative)의 반대는 자유(liberal)다. 그러한 이유로 프랑스 AFP 통신은 한국에서 자유주의 시대가 끝나고 보수정권이 풀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허나, 진보진영의 정체성이 자유주의, 인지 사회주의인지, 좌파인지 우파인지, 지킬 것인지 바꿀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때문에 자유주가 패배했는지, 사회주의가 실패했는지, 개방화돼가는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서 폐쇄적인 민족해방론의 완전종말을 고하는 것인지 조차 불분명하다.

스스로도 불분명한데 어떠한 유권자가 자신의 정치적 대의를 명확히 실현해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었으랴. 대의민주주의제도 하에서 대의가 불분명한 상황인데 대의를 위탁하는 투표행위가 수월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

우리사회에서의 민주주의는 보편적 가치가 돼있다. 바꿔 말하면 민주화로는 더 이상 세력화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민주화세력 무능론이란 이미 보편화된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숨어 과거 경력 만능주의의 어리석은 소아병에 걸려있음을 뜻한다. 자기에게 더욱 가혹한 잣대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반성이나 자성을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지난 IMF 이후의 소위 민주화세력의 10년 집권은 ‘시장의 실패를 정부가 치유해야 한다’는 대의와 명분으로 가능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러한 대의와 명분이 독소조항으로 작용했다. 정부와 관료주도의 경제에서 시장으로 역할을 전환하자는 메시지가 승부를 갈랐다고 본다. 경제의 많은 부분을 시장에 맡기고 서민경제를 살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능숙한 관료들에 포섭돼 끌려 다니는 무능함이 패인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유권자들은 정리되고 준비되지 않은 세력에게 투표하지 않는다. 정치공학이나 구도만으로 51대 49를 바라는 것은 불확실한 요행수를 바라는 어리석은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1987년 이후 20년 주기로 다가온 양당체제의 대선과 다당제의 총선 제도 충돌은 소위 진보세력이 바라는 유권자의 균형 감각이라는 요행수 보다는 당선자에게 더욱 유리하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안티테제로서는 그 한계가 극명하다는 고언을 전한다.

개방과 성장을 지지하면서도 사회보장 시스템의 안정을 위한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재벌개혁과 고소득자의 증세를 지지하며, 친미적이면서도 동시에 북한에 대해 온정적이되 김정일 체제에 대한 혐오감을 갖는 새로운 세대의 정치관을 세심히 살펴보라는 고언을 한다. 산업화 선배세대와 민주화세력이 이뤄놓은 거대한 몸집의 메스mass주의로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은, 두뇌와 영혼의 빈약함에서 탈출하길 간절히 바란다.

가치를 정리하고 미래비전과 정책대안들을 가지고 무한 경쟁하는, 매니페스토식 선거가 되도록 쉽지 않은 과제를 충실히 준비해 총선에 나서주길 부탁한다. (출처:매니페스토 실천본부 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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