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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자율과 경쟁, 시장 논리의 함정

사교육비 해법안 학원가 대박예감
새 정부, 자율성 중심 구분법 필요

 

새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온 세상을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연일 뉴스거리를 쏟아내고 있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도 바빠지고 있다.

며칠 전 한 일간지에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발표 이후 학원가를 둘러보며 쓴 현장 취재기사가 실렸다. 학원가에서는 이미 대박 예감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 속에 강좌 개설 등 준비에 분주하단다.

한 학원원장은 “100개 자율형 사립고가 생기면 100개의 입시제도가 생길텐데 학교와 학생이 어떻게 준비를 할 수 있겠느냐”며 “학원으로 더 몰릴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한다. 또 한 학원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예상되는 교육정책이라는 제호의 팸플릿에 명문 고등학교 부활, 본고사 부활 내용을 싣고 대처방안까지 세심하게 설명하고 있다. 직접 학원으로 오라고 쓰여 있지는 않지만 ‘내신 성적으로 안심할 시대는 지났다’고 학생과 부모들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시급히 해결할 교육문제 중 하나는 높은 사교육비 부담문제이다. OECD 국가 중 한국의 사교육비가 최고라는 사실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난 13일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 물가는 2006년보다 6.0% 올라 상승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2.5%의 2.4배이다. 뛰는 물가 위에 ‘나는 교육비’라는 말이 딱 맞다.

이명박 정부는 높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해법으로 자율형 사립고 100개 신설과 대입자율화 등을 내놓고 있다. 대입 자율화를 위해서 대입 업무를 교육부에서 완전히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 이관한다고 밝히고 있다. 경쟁과 자율을 통해 교육문제를 풀면 높은 사교육비 문제로 풀린다는 것이다.

아이러니는 높은 사교육비의 지불처인 학원가가 대박 예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사교육비를 줄이려는지 몰라도 시장(학원)은 학생과 부모들의 경쟁심을 유도하고 불안감을 조성해 어떻게 하면 주머니를 더 열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이명박 당선인의 바람보다 시장의 기대가 더 적중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대입 자율화를 위한 처방 역시 마찬가지이다. 교육부 대신 대입 업무를 맡게 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전국 4년제 대학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회원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주로 해온 곳이다. 이곳에는 4년제 미만의 대학과 대학의 또 다른 주체인 학생과 부모들은 없다. 그동안 대학의 등록금 인상 문제를 둘러싼 학생과 대학간의 갈등은 이를 반증한다.

지방자치단체내의 아동보육료를 결정하는 보육위원회라는 곳이 있다. 과거 고양시 보육위원회는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시설장, 시설장들의 단체들로 구성돼 있었다. 그 시기 보육료는 다른 도시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었다. 2002년 보육위원회에 보호자대표 참여가 제도화되면서 보육료 결정과정에 변화가 생겼다. 매년 당연히 인상되던 보육료가 동결된 것이다.

나는 이 경험이 대입 업무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맡긴 이명박 정부가 간과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경험은 단순히 보육료의 동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율이라는 의미 속에는 문제를 둘러싸고 존재하는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런 다양한 주체들이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결여한 자율은 오히려 특정집단의 독점일 수 있다.

대입 업무에는 학생들을 선발하는 학교만이 존재할 수 없다. 또한 학생들을 선발하는 학교의 자율성만이 존중돼야 할 절대적인 가치일 수 없다. 누구를 중심에 두고 누구의 자율성을 존중할 것인가, 각 주체들의 자율성이 충돌할 때 무엇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를 이명박 정부는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사회의 갈등은 심화될 수밖에 없으며, 교육을 통한 사회적 양극화는 더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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