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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섬김의 가치, 귀를 열고 섬겨라

공공기관·기업 ‘섬김경영’ 추진
도민 마음읽는 지도자 덕목 절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요즘, 공공기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섬김경영’을 새 시대의 상징인양 모토로 삼고 있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CEO들도 ‘섬김경영’을 얘기하고 있고, ‘섬김’의 대열에는 학자들까지도 뛰어들어 ‘섬김의 리더십’을 주창하고 있다.

이 섬김은 고귀한 신분에 있는 사람들의 국민에 대한 마음이다. 한마디로 고귀한 신분에 있는 사람이 그 신분에 상응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부재 때문에 생겨난 일종의 시대적 요구인듯 하다.

하지만 그들이 얘기하는 섬김은 피상적인 수준에 그쳐있다.

‘섬김’이 화두가 된 것은 아마도 이명박 당선인이 최근 한 종교행사에 참가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섬김을 받는 게 아니라 섬기는 마음으로 오셨듯이 국민에게 매우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한데서 비롯된 듯하다.

이 당선인의 이 말 한마디는 금세 우리 정치, 사회, 경제 전반으로 퍼졌고, 경기도내 기관단체들도 섬김 대열에 합류했다.

한국토지공사 경기본부 정만모 본부장이 올해의 경영방침을 ‘실용경영, 화합경영, 섬김경영’으로 삼았고, 홍명만 한국농촌공사 경기본부장도 신년 업무보고회에서 고객에게서 사랑받는 고객섬김경영 등 5대 전략을 중점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은행도 나섰다. 윤준식 신협중앙회 인천경기지역본부장도 “어려울 때일수록 사람중심의 은행, 사람을 대접할 줄 아는 은행이 돼야 한다”며 진정한 서민의 친구로서 사람중심경영을 표방했다.

국민을 주인처럼 섬기겠다는 이 모두의 의지는 환영할 일이다.

섬김은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게 아니라 협동과 믿음 권력의 윤리적인 사용을 내포하고 있다.

이효계 숭실대 총장은 새벽을 여는 강연에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리더십은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섬김의 지도자는 다른 사람의 불평과 불만을 들으면서도 봉사하고 항상 모든 짐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섬김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불평과 불만을 듣는 협력적 네트워크의 강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

얼마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 투자유치 테스크포스는 동탄2 신도시 내 이전예정 외투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실사단을 파견, 직접 외투기업들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들었다.

하지만 동탄2 신도시 내 이전예정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이전 기업연합회 사무실에서 일괄보고로 대신해 외투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을 홀대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테스크포스의 성격상 외투기업을 방문했겠지만 낡은 형식과 절차에 얽매여 주위를 돌아보지 못한 탓이다.

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에 고무된 도내 기업들은 기대가 이만저만 큰게 아니다. 수도권규제에 얽매여 경기도를 떠나려던 기업들은 다시 실낱같은 희망에 부풀어 주저주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경기도는 ‘나몰라’라 하고 있고, 중소기업인들의 시선은 고울리 없다.

바야흐로 이 시대를 사는 도민들은 섬김의 리더십을 필요로 하고 있다. 도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행해오던 과거 답습형 관행과 형식 절차에 얽매여서는 안되는 것도 섬김의 지도자가 가져야할 덕목이다.

경기도가 슬로건으로 내건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는 이상이 아니라 실행 좌표인 것이다.

‘섬기다’의 사전적 의미는 ‘봉사하다’, ‘모신다’는 동사(動詞)이다. 동사는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로 형용사와 서술격 조사와 함께 활용된다.

동작과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인 만큼 말로만 ‘섬김’을 부르짖을 게 아니라 정책의 입안에서 행정의 실행에 이르기까지 국민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마음을 읽고 ‘섬김’을 실현해야 한다. ‘섬김’ 역시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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