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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만능형 총리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세상 사람들은 대통령 중심제 하의 국무총리를 왕조시대의 영의정에 비유한다. 영의정이나 총리는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즉 한 사람의 아래에 있으면서 만인의 위에 있는 제2인자란 의미다. 이론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학문의 최고봉인 대제학을 가장 많이 배출한 광신김씨 가문이 영의정을 가장 많이 배출한 동래정씨 가문보다 양반의 서열을 따질 때 우위를 점한다는 설과 국무총리가 명실 공히 실권을 쥐지 못하고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제2인자의 의미는 퇴색된다.

해방 후 한국 정치사를 회고할 때 대통령책임제 시절 대통령을 역임한 인물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등에 불과하지만 국무총리직을 역임한 사람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총리를 배출한 가문은 그 사실을 ‘가문의 영광’으로 삼을 것임에 틀림이 없지만 그 수가 워낙 많다보니 이름을 기억하는 국민이 많지 않다. 더구나 역사가가 높이 평가할만한 총리는 몇 명이나 될까.

이명박 당선인은 초대 총리 후보자로 한승수씨를 28일 지명했다. 강원도 양구 출신으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요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 교수로 재직한 그는 노태우 정부 때 상공부 무역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시작으로 이듬해 상공부 장관, 김영삼 정부 때 주미 대사, 대통령 비서실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김대중 정부 때 외교통상부 장관, 유엔 총회 의장 등을 역임하는 한편 3선 국회의원을 지낼 정도로 관운이 탄탄하다.

국무총리 중에 ‘만능’이란 별명이 붙은 사람이 있다. 김종필 전 총리는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요직을 섭렵했지만 대권은 장악하지 못한 ‘만능 2인자’였다. 한승수 총리 후보자는 인간관계가 원만하고 유능한 ‘만능형 총리’가 되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불완전한 인간에게 ‘만능’이란 형용사는 적절치 않다. 다만 국민은 한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에서 초대 총리로서 폭넓은 역량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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