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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평] 문화예술과 우먼파워

문화예술 여성활약 즐비 관중저조 문제해결 위해
사회속 여성 영향력 강화 잠자는 남성 감성 깨우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조직관리의 효율화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여성가족부를 통폐합 대상에 올렸다.

그러나 결국 여성부라는 이름으로 늠름하게 존속하게 되었다. 물론 여성의 사회적 역할 증대에 따른 배려에서이겠지만 다가올 총선에서의 여성 유권자를 의식하지 않았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도록 개정된 호적법, 그리고 각 가정에서 여성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팽창하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도 우리 아줌마들의 지독한 승부근성을 담아 올해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관중 40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우면서 앞으로도 그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세리를 비롯한 골프선수들과 국민 여동생 김연아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정경화, 조수미, 신영옥, 홍혜경, 장한나, 장영주, 강수진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를 이어갈 라이징 스타들이 즐비하게 대기 중이다.

그런데 한가지 공통점은 그들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우리 국민이나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거나 지원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예술가들은 문화예술이 삶의 질을 높이는 공공재이기에 끊임없이 정부나 민간의 지원 확대를 희망하고 있다. 지극히 정당한 요구임에 틀림없다. 국가 경쟁력이 산업기술뿐만 아니라 문화 이미지에 의해 결정되고, 국민 경쟁력이 창의적 상상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명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를 리드하고 영혼을 에니메이트하는 예술은 쓰지 않고는 못 견딜 만큼 강렬한 욕구와 만들지 않고는 삶에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투철한 예술혼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결코 지원금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국가 브랜드 혹은 각 지자체의 대표 브랜드의 창작물이 충분한 지원만으로 가능하다면 이를 마다할 정부가 어디 있겠는가.

먼저 필요한 것은 예술가들의 구도자적인 자세이다. 인간다운 삶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실험을 통해 시민 스스로 진정한 삶의 기쁨을 발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예술가들의 치열한 내적 정련을 거친 작품이라야 한다.

극장예술의 관객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국에 150여 공립극장이 설립되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오히려 순수무대의 유료관중은 줄어들고 있다.

아직 우리 국민들의 문화 감수성 훈련이 부족한 탓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이겠지만 정말 그럴까?

예술진흥을 위해 중앙과 지방 정부의 지원이 늘어나면서 많은 예술가들이 지원을 받지 않고는 새로운 무대를 준비하지 않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리고 문화에 대한 담론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울한 결론이 주를 이룬다. 중앙과 지방의 수준 차이, 획일화 현상, 시민들의 관심 저조와 예산 부족 등이 단골 메뉴이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 바로 여성들의 힘이다. 극장예술에 대한 여성들의 호응은 남성을 압도한다.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활발하고 소득이 높아진 탓도 있으리라.

예술을 탐하는 유전인자가 남성보다는 발달되어 있는 것 같다.

문화원에서 운영하는 문화강좌의 수강생도 대부분 여성들이고, 극장에서 시행하는 예술아카데미도 참여 계층이 주로 여성들이다.

전국적으로 브런치 콘서트 붐을 몰고 온 김용배의 11시 콘서트가 연말까지 매진되는 것은 주부들이 시간이 넉넉해서가 아니다. 그들의 감성이 남성과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달에 한 번쯤 공연을 즐길 여유가 없는 남성을 발견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단지 원하는 강도가 미약할 뿐이다. 그러면 관람료가 비싸서? 그럴 리가 없다. 외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극장예술의 미래를 여성들에게서 발견하고 여성들의 영향력이 사회에서, 가정에서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야만 잠자는 남자들의 감성을 깨울 수 있을 것 같다.

구자흥 <안산문화예술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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