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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살생부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살생부(殺生簿)란 죽여 없앨 대상을 적은 기록을 뜻한다. 무시무시한 어감을 주는 이 기록은 권력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권력자 또는 권력집단이 경쟁상대 또는 경쟁 집단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는 판단기준서이기도 하다. 권력자가 아닌 조직폭력배의 세계에서도 살생부는 존재하고, 조그만 회사에서도 그것은 있다. 일부 인간이 사랑과 관용과 용서가 아닌 증오와 경쟁과 살기를 띤 존재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사람의 목숨이란 파리 목숨임을 살생부는 여실히 증명한다.

역사상 사회혁명세력은 기존의 낡은 제도를 뒤집어엎기 위해, 전제정권은 체제에 도전하는 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흔히 살생부를 작성하여 거사하는 순간 비밀리에 전격적으로 그 대상을 처리한다. 그들은 살생부에 오른 사람을 현장에서 때려죽이거나, 식구는 물론 일가친척까지 없애버리거나, 법의 이름으로 사형시키거나, 최소한 공직을 박탈해 반신불수로 만든다. 살생부 명단에 오른 사람이 기득권을 유지하기란 대단히 힘들다.

최근 한나라당 쪽에서 공천 배제를 암시하는 살생부가 여러 종류 돌기 시작했다. 그 중 36명의 명단이 든 살생부는 영남권에서 공천 탈락한 25명 중 22명이나 적중시키는 정확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 살생부가 한나라당의 권력 실세들이 작성한 것이라면 정확도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언론에 흘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여론재판을 단행하고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고등 종교의 창시자들이 내세우는 사랑과 자비와 용서와 화해는 인간의 취할 수 있는 최고의 덕목이다. 그러나 세상의 실제 모습은 경쟁과 정적 제거와 권력 독점이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종교계 안에도 살생부와 비슷한 것이 있어서 우리를 아연케 한다. 일부 종교계 인사는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사람을 이단으로 몰아 제거하려하고, 일부 종교 단체는 내부에서 실력자의 생각을 따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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