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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만우절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4월 1일은 만우절이다. 영국의 시인 T.S. 엘리어트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묘사했을 때 4월의 인상은 특징 지워진다. 여기서 ‘잔인한’이란 형용사는 폭력이나 파괴나 몰살을 뜻하지 않고 언 땅을 뚫고 솟아오르는 새순의 몸부림이 주는 강인한 생명력 또는 창조적 파괴가 주는 경탄을 담고 있다. 이 엄숙하고 역동적인 4월이 하필 우스갯소리나 거짓말을 하는 만우절로 시작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전 세계에 통용되는 만우절에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단조로운 일상생활, 짜증나는 생업이 주는 고통에서 잠시 해방되어 여유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1년에 하루라도 공인된 거짓말을 주고받는 것이리라. 만우절 거짓말은 본심을 넌지시 드러내는 사랑 고백, 상대방의 반응을 탐색하기 위한 심리적 요법, 미운 사람을 골탕 먹이려는 수법, 공권력을 놀리기 위해 해서는 안 될 112나 119를 상대로 한 거짓 신고 등 그 종류는 다양하다.

필자가 본래 써두었던 글을 하루 미루고 만우절 전 날 이런 제목의 글을 쓰는 까닭은 만우절의 의미를 짚어보면서 그 부작용에 대비하자는 취지에서다. 북한이 이명박 정권을 향해 위협적인 강수를 두고 있다. 전쟁이 터졌다는 거짓말이 나돌아 사회를 뒤숭숭하게 할 수도 있다. 한 포털 사이트의 ‘만우절 문자’란을 보니 모범답안들이 많이 올라 있다. 그 중 압권은 “[뉴스] 만우절 국경일로 제정. 대통령 공식 발표 내일 있을 예정. 많은 혼란 빚을 듯”하다는 것이다.

만우절에 심심파적삼아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명랑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만우절 문자를 보내는 사람은 받는 사람의 뒷맛이 개운한 내용으로 쓸 필요가 있다. 만우절 문자를 받는 사람은 과민한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그것을 많이 받을수록 인간미가 있는 사람으로 비치고 있음을 다행으로 알라. 휴대폰 번호를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데 인색한 편인 나는 만우절 문자가 쏟아지는 행운(?)을 누리긴 틀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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