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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폭언과 인과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옛말에 “입은 곤륜산처럼 무겁게 열고, 마음은 황하수처럼 깊게 간직하라”는 말이 있다. 곤륜산은 중국 북쪽에 있는 가장 높은 전설의 산이요, 황하수는 중국 대륙을 감도는 황하를 가리킨다. 입은 본래 말하고 먹으라고 있는 것이니 열기를 좋아하고, 마음은 본래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함부로 열면 낭패하기 쉽다. 입으로 사는 직업인들, 예컨대 변호사, 가수, 개그맨, 교사, 교수, 정치인 등은 말발이 센 것을 자랑하며, 마음으로 경지를 표현하는 종교인, 심리치료사 등은 남의 마음을 잽싸게 읽는다.

특히 표면에 노출되기를 좋아하는 말은 녹음하지 않으면 이내 공중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의 마음에 파고들어 오랫동안, 아니 영원히 간직되는 경우도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어떤 말이라도 보이지 않는 파동을 일으켜 사람 뿐 아니라 우주에 흔적을 남긴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은 말조심하라는 경고를 담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농민운동가 출신 민주노동당 강기정 후보에게 패배한 자타가 공인한 한나라당의 실세요, 전 사무총장 이방호 후보가 상한 기분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총선 투표일 다음날 아침 자신의 집 앞으로 찾아간 MBC 취재진에게 “사람이 왜 그래”라며 언성을 높인 후 취재진이 낙선 소감을 물었을 때는 “XX들. 가 이 XX야. XX들 약 올리나. 이 자식아”라며 삿대질까지 한 영상물이 13일 방영된 TV ‘시사매거진 2580’을 통해 폭로됐다.

이방호 전 총장은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속담의 차원을 넘어서 “성이 나서 바위 차기”의 경지에 도달한 것 같다. 자신이 낙선한 이유를 여당 사무총장으로서 지나치게 권력을 휘둘러 민심을 잃은 데서 찾지 않고 훼방꾼들의 장난 탓으로 돌리면 화가 날수도 있겠다. 그러나 분을 참지 못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복무하는 언론인들에게 “이 XX야. XX들. 약 올리나”라고 퍼부을 때 그는 이미 국민에게 폭언한 셈이다. 그가 내뱉은 폭언의 인과(因果)는 무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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