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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시화연풍(時和年豊)

새정부 출범부터 삐그덕 MB 지지도 20%로 추락
각료 강부자·고소영 논란 국민화합 시대는 언제쯤

 

시화연풍(時和年豊)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조선시대 임금이 새로 등극할 때, 또는 신년 어전회의에서 임금이 국정지침을 발표할 때 자주 사용하던 사자성어이다. 이 말은 명종 때만 사용하였고 나머지 임금 때는 시화연풍 대신 시화세풍(時和歲豊)이란 말을 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세종 30년이 되는 해 전국적으로 심한 가뭄이 들었는데 당시 우찬성으로 있던 김종서가 임금에게 상서를 올렸다. 여기에 보면 그 상서 여섯 번째 조항에서 시화연풍이라는 말을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 나온다.

 

“군사나 외교를 제외하고는 시화연풍할 때 까지는 백성들에게 세금을 감면하고, 아무리 긴급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풍년이 들때까지는 뒤로 늦추어야 한다”는 상소문이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시화(時和)는 국민화합, 연풍(年豊)은 경제성장의 뜻을 담고 있어 정치하는 사람들이 되새겨야 할 교훈이라 할 수 있다.

2008년 신년사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시화연풍’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며 국민화합의 시대를 열고 해마다 경제성장을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적이 있다. 과거에 서울시정을 경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실물경제를 살리고 국민의 불편한 점들을 개선해 살기좋은 나라, 세계속에 우뚝 설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취임사에서 정부수립 60주년을 맞는 올해를 ‘대한민국 선진화 원년’으로 규정하면서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자고 했다. 또 국민을 낮은 자리에서 잘 섬기고 잘먹고 잘살게 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에 취임한지 불과 두 세달 밖에 안 되었는데 지지도가 크게 하향 곡선을 그리며 20%로 추락하고 있고, 국정운용의 지표를 종합해 보면 그의 말이 귓가에 맴돌다 날아 가버린다.

그 첫 번째 이유로는 새 정부의 이름을 ‘이명박 정부’라고 명명한 데서 부터다. 역대 정권이 김영삼의 문민정부, 김대중의 국민의 정부, 노무현의 참여정부로 이름했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것은 500만표가 넘는 표차로 당선된 자신감일 수도 있겠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만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또한 그를 보좌하는 각료들의 면면을 보면 온통 부자 아니면 국방의 의무도 하지 않은 각료들이다. 거기다가 대통령실 비서관들 재산이 평균 18억 이상으로 집계되었으며 대부분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상식선을 넘어선다. 대통령의 심복이라 불리는 이동관 대변인은 ‘새로 임명된 관료들이 재산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문제를 삼는 건 지나치다’고 말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재산이 많다는 것만으로 비난 받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국민들은 그들의 재산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부자가 되는 과정을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진정 이 시대를 시화연풍으로 이끌 재목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시화연풍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요즘 ‘고소영의 나라’라는 신조어가 세상에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임명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이 신조어가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출신 학교인 고려대와 그가 다니는 소망교회, 자신이 태어난 영남출신이 핵심요직을 독차지했다. 물론 능력과 자격이 있다면 영남출신을 대거 기용하던, 고려대 출신이던 무슨 상관이랴. 부동산 투기의혹, 도덕성에 흠결이 많은 사람들이 부적절한 임명으로 요직에 오르면서 출범 초기부터 삐그덕 거린다는 점이다.

 

현실이 이런데도 우선 당장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는 말이 있듯이 조조에게도 많은 호걸들이 모여 들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도덕성을 고려하지 않은 탓에 불협화음이 그칠 날이 없었다. 사람을 잘못세우면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한번 등 돌린 민심을 회복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춘추시대 제 나라의 환공은 관중을 재상으로 기용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관중은 환공을 죽이고자 활을 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죽이려고 한 사람을 재상으로 등용하여 제 나라를 개혁하고 강국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환공을 춘추시대 모든 제후들의 우두머리로 만든 인물이다. 환공이야 말로 씨앗을 잘 가꾸어 풍년을 가져온 뛰어난 예지력을 지닌 군주였던 것이다.

자신을 시해하고자 한 자도 기꺼이 등용하여 시화연풍의 나라를 이루었다는데 어찌 이 나라는 ‘고소영의 나라’가 되려 하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박남숙<용인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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