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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서삼릉 승마체험장 설치 안돼

세계문화유산 등재 걸림돌 작용
道·고양시 문화재 보존 뒷짐 씁쓸

 

사람이 과연 밥으로만 살아갈 수 있겠는가? 아니다. 정신이 바로 서야만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정신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는 곧 ‘섬김의 자세’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신앙인들이 자신들의 섬김의 대상으로부터 그 정신을 이어받으려 하듯이, 우리네 보편적 삶에서의 정신적 근원도 마찮가지로 우리 조상님들의 얼이 서린 문화유산에서 찾아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만고의 진리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도 서삼릉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결격사유가 될 지도 모를 불미스런 행태를 경기도가 버젓이 벌이고 있다 하니, 고양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쾌하기 짝이 없다.

그 내용인 즉, 지난 4월 경기도가 고양시와 농협중앙회, 농협대학 등에 한국마사회가 추진하는 원당동 어린이 승마체험장과 관련해 주차장 설치 협조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도 조상의 넋이 잠들어 있는 능역 옆에서 말들이 뛰놀고 있음이 볼썽사나울 지경인데, 여기에 어린이 승마체험장까지 활성화시키겠다고 하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서삼릉은 현재 서오릉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대상으로 올려져 있는 상태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은 이미 지난 2006년에 이어 2007년에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국제심포지엄을 열었으며, 특히 작년엔 엄승용 문화재청 문화유산국장이 주제발표 자리에서, 왕릉 소재 지자체 실무자들에게 “왕릉지역과 주변지역을 세분화하는 관리지침을 연말까지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고 “그래야 문화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다.(이은길, 행주얼 2007년 겨울호, 67쪽)

경기도가 요청했다는 승마체험장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도 문화재청 관계자는 “유네스코에서는 실사를 통해 문화재의 원형 복원과 보존에 대한 정부의 의지 등에 대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이 때 정부, 경기도, 지자체 간의 문화재 복원에 대한 협조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서삼릉 같은 문화유산 옆에 승마체험장이 있다면 과연 유네스코 실사팀이 어떻게 생각할지 염려스럽다”며 난색을 표명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자치단체인 고양시도 “서삼릉과 서오릉의 세계문화유산 추진은 문화재청 등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일이며, 평소 관리도 문화재청이 직접하고 있기 때문에 고양시는 지자체로서 별다른 권한이 없다”고 하니 측은하기 그지없다.

알고 보면 서삼릉은 여타 능역과 달리 가뜩이나 역사적 비운이 깊게 스며들어 있는 곳이다.

경술년 국치로 조선왕조가 멸망하던 1910년 11월에 통치국 일본 궁내성이 서울·경기 일원에 산재해 있던 후궁, 왕자, 공주 등의 분묘를 집중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서삼릉 능역에 한 데 모아 집장한 것이다. 태실 또한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것을 조선총독부가 “파손될 우려가 있다”는 명분으로 1930년대에 54기를 파헤쳐 서삼릉 능역으로 옮겼던 것이다.

하지만 일제가 내세웠던 그 같은 명분은 한낱 허구였으며, 그렇게 함으로서 왕릉으로서의 존엄과 품격을 의도적으로 낮추려는 음모가 감춰져 있었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같은 처사에 울분을 토해도 모자랄 판에, 1968년 군사정권은 이곳에 시범낙농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실로 축협과 농협이 들어서게 했다는 것이다. 이로서 서삼릉 영역의 32만평은 낙농 방목 초지로 바뀌게 됐고, 농협대학 등이 들어서게 됨으로서 본래의 모습에 심각한 훼손을 초래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보면 지금에 와서 능역을 소중히 관리한다 해도 후손된 입장에서는 한없이 부끄럽기만 할 따름인데 경기도는 어찌해서 서삼릉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노력에 이렇듯 찬물을 끼얹고자 한단 말인가. 이제 우리 모두는 각성해야 한다. 새 정부가 추구하는 선진화사회라는 것도 우리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자세로부터 비롯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경기도는 어린이 승마체험장과 관련된 주문 조치를 즉각 철회하기 바란다.

이민세 <뉴라이트 경기연합 대변인, 서삼릉문화유산진흥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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