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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우물안 개구리는 바다를 모른다

 

정저지와(井底之蛙)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 말은 ‘우물안개구리’라는 뜻이다. 자신의 좁은 경험세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지금보다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며 또 그런 세상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을 우물안 개구리라고 말한다.

고정된 인식의 틀 안에 갇혀 버린 사람은 큰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지 못해 외부에서 몰려오는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비극을 맛보고 만다. 사람들은 항상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기 마련이다. 자기가 최고인줄 알고 자기가 하는 일이 최선인 것으로 착각한다.

 

이 졸렬함 때문에 우물안 개구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중국 왕조중에 전한(前漢)과 후한(後漢)이란 나라가 있다. 전한은 유방이 장안에서 제위에 오른 후부터 왕망에게 망하기까지의 한(漢)나라의 이름이다. 그리고 후한은 왕망에게 빼앗긴 제위를 유수가 다시 찾아 부흥시킨 나라이다. 유수는 후한의 초대 황제인 광무제로 왕위에 오르긴 했으나 공손술, 외효, 두융 등의 영웅호걸들이 각지에서 자리를 잡고 서로 세력을 다투고 있어서 전국의 통일을 이루지 못한 시기였다.

 

그 당시 마원 이라는 인재가 있었다. 그는 고향에서 조상의 묘를 지키며 소일거리가 없어 따분하게 지내다가 ‘외효’의 수하에 들어가면서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인물이다. 그 무렵 마원과 죽마고우 였던 ‘공손술’이 촉 땅에 성(成)나라를 세우고 자칭 황제라고 참칭하며 세력을 키우고 있었는데 외효는 도대체 공손술이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기 위해 공손술과 죽마고우인 마원을 보냈다.

 

마원은 고향의 친구인 공손술이 반가이 맞아 주리라 믿고 즐거운 마음으로 찾아 간다. 그러나 공손술은 계단아래 무장한 군사들을 도열시켜 위압적인 자세로 마원을 맞이했다. 그리고 거드름을 피우며 “옛 우정을 생각해서 자네를 장군에 임명할까 하는데 어떤가?”라며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자 마원은 예전의 친구가 아닌 것을 확인하고 공손술을 찾아온 것을 후회하게 된다.

 

그리고는 미련없이 그를 떠나 외효에게로 돌아가면서 “천하의 자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데 마치 천하를 얻은 것처럼 방자한 모습이며 예의를 다하여 친구를 대하지 않고 허세를 부리는 이런 자가 어찌 천하를 도모 할 수 있겠는가?”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마원은 서둘러 외효에게 돌아와 “공손술은 좁은 촉 땅에서 으시대는 재주밖에 없는 우물안개구리입니다.

 

공손술과 손을 잡으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고 언젠가는 배신할 인물입니다. 공손술과 손을 잡는 것 보다는 후한의 시조가 된 유수 광무제와 손을 잡는게 국익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하게 된다. 공손술은 자신과 오래된 친구지만 그전과는 달리 좀팽이가 되어 있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공손술을 우물안개구리라고 결론을 내렸다. 외효는 마원의 보고를 듣고 공손술과 합종할 것을 포기한다. 그렇다면 유수 광무제는 어떤 인물인가를 알기 위해 다시 마원을 광무제에게로 보내게 된다.

 

그런데 마원이 광무제에게 알현을 요청했는데 공손술과는 전혀 달랐다. 황제의 칭호를 듣고 있는 그였지만 비록 그가 소국의 사신일지라도 극진히 맞이하여 독대를 허락했던 것이다. 광무제가 “경은 두 황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인데 어찌된 까닭이오?”하고 묻자 마원은 “지금은 임금이 신하를 택할 뿐 아니라 신하도 임금을 택해서 섬깁니다.”라고 말하면서 일방적으로 힘에 눌려 군신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군주로서 자질이 있는가를 보려한다고 당돌하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공손술을 만났을 때 그는 오래된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을 무장시키고 나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폐하께서는 제가 자객일지도 모르는데 호위병 하나없이 저와 만나 주시니 감격했다고 자신의 심정을 밝히게 된다. 그러자 공무제가 웃으며 “사람은 척 보면 알지요. 경은 자객이 아니라 천하의 국사(國使)입니다.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런 짓을 하면 실례가 되지요”라면서 신하도 임금을 선택할 권한이 있다는 말에 찬동의 의사를 밝히게 된다.

 

광무제가 과연 천하의 주인이 될 만한 그릇임을 간파한 마원은 그 길로 외효에게 광무제와 손을 잡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보고서를 올리며 우물안개구리처럼 좁은 소견을 가진 공손술을 가까이 하면 이용만 당하고 언젠가는 버림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물 바닥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을 동전만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소견이 좁거나 안목이 낮아서 멀리보지 못하는 사람, 편견에 사로잡혀 일을 독자적으로 처리하거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이 조직의 리더로 있다면 차라리 일찍 결별하는 것이 옳다.

박남숙<용인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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