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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왜 재미없는 공부를 시키나

국내 초교 수업흥미도 등 저조
교사주도 듣기형식 교육 씁쓸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수업 흥미도와 질서의식, 교사나 친구에 대한 이해·존중 실천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한 연구팀이 영국, 프랑스, 일본과 우리나라 4~5학년 2천3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수업이 재미있다’고 한 비율은 프랑스 55%, 영국 48%, 일본 42.6%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35.2%로 가장 낮았고, ‘수업시간에 배우는 학습내용을 잘 이해한다’는 비율은 일본 41.7%, 프랑스 34%, 영국 32.3%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겨우 19.9%였다. 또 ‘공부하는 것이 좋다’는 비율도 영국 48%, 프랑스 42%인데 비해 일본은 19.1%, 우리나라는 18.3%였다. 이러한 응답률이 당연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공부를 잘 하려면 수업을 잘 들어야 한다’는 비율은 우리나라가 72.6%인데 비해 프랑스 1.0%, 일본 0.9%, 영국 0.8%였다.

일상생활에 관한 의식이나 태도도 마찬가지였다. ‘교실에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질서와 규칙을 배우고 실천한다’는데 대해서는 프랑스 63%, 영국 54.3%인데 비해 일본은 20%, 우리나라는 18.4%였고, ‘교실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을 배우고 실천한다’는데 대해서는 영국 60.6%, 프랑스 60%, 일본 28.7%에 비해 우리나라는 겨우 15.9%였다.

이 놀라운 조사결과를 정리해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은 교사의 설명을 잘 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다른 모든 실제적인 면에서는 영국, 프랑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뒤떨어지고 있고 일본에 비해서도 형편없이 저조하다.

연구팀은 우리나라는 학습량이 너무 많고 학급당 학생 수가 많아서 수준차를 고려한 수준별·개인별 지도가 쉽지 않고, 학습결과에 대한 평가가 피상적으로 이루어져 피드백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교사 주도의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지는 수업방식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교실은 초등학교에서 조차 ‘질문하는 교실’이 아니고 ‘대답하는 교실’이며, ‘공부를 한다는 것’은 교사의 교과서 내용 설명을 잘 듣는 것을 의미하는 구시대적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허구한 날 설명을 듣는 것이 재미있을 리 없고, 설명을 들어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일 리가 없다.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힘으로 발견하고 싶고, 탐구하고 싶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리는 이미 수많은 교육학자들이 주장해온 것으로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입을 닫게 하고 묻는 것에 대해 정확한 답변만 하라고 하는 교실의 학생들이 ‘재미있다’, ‘잘 이해하고 있다’,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대답해줄 리가 없다. 그 이유는 프랑스와 영국, 일본의 학생들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72.6%가 ‘잘 들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다’고 한데 비해 교사나 친구의 설명을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닌 프랑스나 일본, 영국의 학생들은 겨우 0.8%~1.0%만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듣기공부’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 ‘듣기’ 공부조차 교과서와 시험지 속에서 강조된다. 회장, 반장 입후보자 연설을 들으며 듣기공부를 하는 경우도 없고, 가령 영어말하기대회나 연주회, 학예발표회장에서 간단한 평가지에 듣고 보며 기록해보는 경우도 없다. 그런 활동의 목적이 오직 선발과 자랑에만 있기 때문에 잡담하는 학생들을 감시하는 교사주도의 행사에서 학생들은 그저 조용히 하는 일만 하고 있다.

“우리는 배워야 할 것들을, 그것을 함으로써 배운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을 증명하려고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가르칠 수는 없다. 오직 그가 스스로 발견하는 것을 도울 수 있을 뿐”이라고 했고, 존 듀이는 학교는 이 지혜를 무시하고 여전히 ‘퍼부어서 가르치는’ 쪽을 선택해 왔다고 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교육자들은 존 듀이 같은 학자는 오래 전에 한물간 학자로 치부하고 만다. 그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김만곤<남양주 양지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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