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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아동 성폭행, 안전지대는 없다

 

소고기 파동으로 인하여 세상이 시끄럽다. 시위대는 연일 경찰의 폭력진압을, 경찰은 시위대의 난동을 문제 삼으며 양측 간 실랑이가 신문과 TV를 달구고 있다. 시민들의 관심이 시위상황으로 쏠린 동안, 금년도 초 발생하였던 일련의 아동 대상 성폭력사건은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아동의 안전을 책임지겠다며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수많은 정책을 쏟아내던 정부 부처들은 이제 더 이상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우리라고 다르지 않아서 아이들의 안위가 위태하다는 인식으로부터 이제는 상당히 자유로워진 것 같다. 오히려 미국 소고기의 수입조건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허나 최근에 발생하였던 대구 초등생 납치살해사건은 이 같은 우리의 무관심이 또다시 아이들을 성폭력의 위험 속으로 내몰지 모른다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허양은 겨우 초등학교 6학년생이었다. 허양은 다름 아닌 자신의 집에서 새벽 4시경 납치되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은 극히 허름하였던, 대구 달성군 유가면에 있는 허양의 집 대문으로 침입해 안방에서 자고 있던 할아버지를 마구 구타하고 허양을 납치하였다. 허양과 허양의 동생은 당시 잠을 자던 중 할아버지의 신음소리에 잠을 깨었으나 겁에 질린 동생은 방을 나서지 못한 채 허양만 범인의 폭행을 말리다 결국 끌려가고 말았던 것이다. 그 후 허양은 실종 2주 후 뒷산에서 알몸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처음 경찰은 노인에 대한 폭행에 근거해 원한관계를 수사하였다. 허나 워낙 가난에 찌든 가정환경에 노인과 아이들만 거주하고 있었기에 허양 실종의 범행동기를 찾아내기 쉽지 않았다. 허나 2주후 발견된 허양의 시신은 성적 동기가 주된 범행의 이유였음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옷이 모두 발가벗기워진 시신은 야산의 6부 능선 은밀한 골짜기에서 발견됐고 옷가지는 여기저기 흩어져있었다.

 

결국에는 집에서 조용히 잠을 자는 와중에도 아이들은 성범죄에 노출되어 있었으며 우연히 절도나 강도를 목적으로 가택침입한 범인에 의해 우발적으로 끌려갔기보다는 애당초 오랜 기간 성폭행을 목적으로 스토킹하던 범인에 의해 납치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범행이 일어날 당시 차량을 타고 지나가던 목격자들은 범인이 담장너머로 허양의 집안을 기웃거리고 있었다고 진술하였으며 강간이 일어났던 현장도 외지인은 전혀 알 수 없는 장소라는 점에서 애초부터 범인은 성폭행을 목적으로 평상시 노리고 있던 허양의 집에 침입한 듯 보인다.

이 사건이 다른 사건에 비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이유는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안정해야 하는 바로 자기 집 자기 방에서 그것도 모두가 잠든 시간인 새벽녘에 아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것도 성폭행을 목적으로 해서. 이 사건은 전국의 어디도 사실상 아이들을 성폭행으로부터 완전하게 지켜낼 곳이 없음을 시사한다. 누가 감히 내 아이의 성을 목적으로 집에 쳐들어오리라 상상할 수 있겠는가?

 

거주지의 보안을 염려한다고 해도 그것은 대부분 재산상의 피해를 걱정하는 것이지 성폭행을 목적으로 자기 방에서 잠자고 있던 아이가 납치되리라 가정하지는 않는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이제는 우리 사회에 아동 대상 성범죄라는 것이 충분히 만연되어 있어 안방까지도 위험에 노출이 되어 있다는 것을 추정케 하며 이에 대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국가적 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장마도 지나가고 소고기 파동도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이 성폭행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은 결코 파도처럼 지나갈 일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우리의 안방도 집어삼킬 매우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이수정<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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