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식칼럼] 불가피해진 의정비 거품빼기 ‘수술’
[이창식칼럼] 불가피해진 의정비 거품빼기 ‘수술’
  • 경기신문
  • 승인 2008.08.1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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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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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3’ 석권한 수도권 3대 광역의회
多多益善도 잠시, 과욕을 자성할 때
▲ 이창식 <주필>

과다 지급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비가 내년부터 큰 폭으로 삭감될 전망이다. 오늘 행정안전부(행안부)는 현행 의정비를 재조정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들쭉날쭉한 의정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조정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이다.

행안부는 자치단체별 유형, 재정력과 의원 1인당 인구수 등을 토대로 기준을 마련했다고 개정안 배경을 밝혔다. 행안부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때 246개 지방의회 가운데 198개(광역 12, 기초 186) 의회가 의정비 삭감 대상이 된다. 전체의 80%에 달한다. 개정안은 의정비 심의 방법과 절차도 강화했다. 종전에 심의위원 과반수로 가결하던 것을 3분의 2로, 비공개로 했던 회의록과 주민의견 조사결과도 공개하도록 하였다.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의정비 거품 빼기 ‘수술’ 사실이 알려지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지방의회와 지방의원들이다. 무보수 명예직이던 지방의원이 유급제로 바뀐 것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지방선거 때였다. 당시 참여정부는 지방의원이 전문성과 함께 책임감 있는 의정활동을 하게 하려면 유급제만이 대안이라며 무보수 명예직 제도를 없애 버렸다. 문제는 결과였다. 일부의 변화가 있기는 하였으나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특히 기대했던 전문인력의 원내 진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의정활동 역시 침체와 답보를 면치 못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경기도의회 의원은 7천252만원의 의정비를 받고 있다. 그 뒤를 서울시의회(6천804만원), 인천시의회(5천951만원)가 2, 3위를 차지해 수도권 광역의회가 톱3를 석권하고 있다.

최고 지향적 시대에서 최고는 자랑이 될 수 있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최고다운 의정활동을 하고, 최고로서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대답할 책임이 있다. 경기도의회의 경우만 따져보자. 도의회는 지난 6월 후기 원 구성을 하면서 민주당이 요구한 부의장 1석과 상임위원장 1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에 반발해 의사당을 점거하는 등 항거했지만 다수당 논리를 꺾지 못했다.

어차피 ‘머리숫자’와 ‘무리의 힘’이 지배하는 것이 정치 현실이라면 한나라당의 독식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지난 2년 동안의 ‘의정성적표’다. 경기도의회는 개인 조례 발의안건이 단 37건밖에 되지 않았다. 1인당으로 따지면 0.3건이다. 이는 전국 평균 0.59%보다 한참 뒤진다. 최고의 의정비를 받으니까 가장 많은 조례안을 발의해야 한다면 그건 억지다. 도의원의 임무와 역할이 조례안 발의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 2년 동안 정권 교체와 맞물려 여야 대결에 몰입한 나머지 의정활동에 소홀한 것 만은 분명하다. 특히 의정비 인상 때 도민의 정서, 도의 재정적 형편, 국가 현실에 대한 배려없이 전국 최고의 의정비를 책정한 것은 치욕의 단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행안부 가이드라인 대로라면 도의원 의정비는 1천925만원이 삭감돼 5천327만원으로 감액된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은 인지 상정인데 불과 1년만에 복주머니 끈을 풀게 되었으니 안됐다. 그러나 모든 것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기초의회도 다를 바가 없다.

전부가 그랬다고는 단언할 수 없으나 지난해 의정비 심의 결정과정은 투명성과 공정성면에서 결함이 아주 없지 않았다. 일부 시민단체가 요구한 회의장 참관과 회의록 공개가 차단되고, 시민 의견조사도 졸속에 그친 사례가 더러 있었다. 심의위원의 눈치보기도 문제였다. 특히 재정자립도를 무시한 일부 시·군의회의 독선은 자기 배불리기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의정비를 인상했으면 의정활동도 같은 수준으로 향상되었어야 했는데 결과는 기대 밖이었다. 2천850명에 달하는 기초의원의 1인 평균 조례안 발의는 0.7건에 불과하다. 제정할 조례가 없어서 발의하지 안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2년 동안에 1건의 발의도 하지 않았다면 놀고 먹었다는 소리를 들을만 하다.

의회 운영도 문제가 많았다. 안양시의회의 경우 중앙당이 내정한 의장 후보를 같은 당 소속 의원이 다른 당과 야합해 밀어내고 의장에 당선되었는가 하면 서울시의회는 검은 돈으로 당선된 의장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지방의회가 구태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턱없이 올린 의정비에 대한 재조정은 이래저래 불가피해졌다.

이창식<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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