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석의 작가탐방 <61> 이선우 의 예술세계
장준석의 작가탐방 <61> 이선우 의 예술세계
  • 경기신문
  • 승인 2008.08.2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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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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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박한 삶의 상처 말끔히 씻어 줄 ‘구수한 한국화’
‘心의 고향’ 에 머물다 가소

▲ 작가 이선우

근대 미학자 고유섭 선생이 한국의 문화와 미에 대해 언급한 ‘구수한 큰 맛’은 다정다감한 이런 시골의 정감까지도 아울러 의미하는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화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은 갈수록 덜해지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한국화가 이선우는 우리의 정감을 구수하고 친숙하게 화폭에 담아내곤 한다. 대단히 섬세한 그의 그림에는 한국인의 미감이 두터운 감흥과 진지함으로 깊이 담겨져 있다. 주목할 만한 독특한 이미지와 감흥은 단지 손끝의 재주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이선우는 충주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교육환경을 바꾸기 위해 중학시절부터는 서울 인사동으로 이사하였다.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새로운 환경에서 문화적 격차를 소화하지 못했던 그는 친구를 사귀는 데엔 흥미를 갖지 못하였고, 아직 익숙하지 못한 서울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것이 즐거웠다. 여기저기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다니며 어린 눈으로 바라다 본 삶의 현장은 생경하고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만큼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색다르고 소중한 경험들은 훗날 그림을 그리는 데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

이선우가 홍익대에 입학할 무렵엔 이중섭 신드롬이 대단하였다. 순수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그림을 그리면 굶어죽기 십상이라는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처럼 부모님은 그가 예술가가 되길 원치 않았다. 그는 부모님의 성화 때문에 자칫하면 미대 진학 자체가 여의치 않을 것 같아서 회화과 대신에 일단 디자인과에 진학하였다. 그 후에 부모님 몰래 전공을 바꾸었고 3학년이 돼서는 비로소 동양화로 바꿀 수 있었다. 동양화에 대한 그의 관심은 고교 때 휘호 대회에 참여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림을 곧잘 그렸기에 미술선생님이 휘호대회 출품을 권유하며 붓을 사주었다. 처음엔 먹을 사용하는 것이 쉬운 줄 알았다가 갈수록 어려웠으나 수묵 그림이 그에게는 신비스러움이었다.

이선우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그림의 법칙들을 늘 중시했지만 그는 여러 의문점이 생겼다. 왜 산이나 구름을 반드시 다 그려야 하는지, 암벽은 왜 꼭 그런 방법으로만 그려야 하는지 수긍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신나는 해결책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선생님의 가르침과 정 반대로 해보는 것이었다. 중학교 때 서울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느꼈던 감흥들을 그림으로 소화하여 담아낼 수 있었다. 삶의 현장에서 찌들고 지친 도시인들의 애환과 체취를 그림으로 담아냈다.

이선우는 91년 어느 날 도시를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근원이랄 수 있는 흙을 통해 작품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사람의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흙은 사람이 사는 체취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선우의 수묵화에는 하늘이 드러나진 않고 다만 땅이 진지하게 표현돼 있어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렇듯 사람들의 삶의 흔적을 담은 그림에는 여백을 새롭게 가르는 작업이 병행된다. 화면 속의 공간은 1mm의 오차도 없다. 이선우는 그림에서 표현되는 질감보다 사람들의 본능적인 느낌이 더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사람들이 사는 냄새까지도 그림 속에 담고자 하였다. 몸으로 느끼는 갈증을 화선지에 담아내는 것이다.


이선우의 이러한 작업은 한국의 독특한 미감을 새롭게 인식시키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기에 그의 그림은 단순한 소재나 형상의 차원이 아닌, 삶의 향기이며 고향처럼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것이다. 그는 한국적인 미에 대충 대충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림이란 보이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의 질서를 보지 못했다면 그려지는 게 없는 것이지요. 나무와 낙엽…. 눈을 감고 바람을 그리는 것이지요. 이파리 하나하나를 그려 다시 따내지요. 그리고 가지를 붙이는 순간에 가을바람을 느낄 수가 있어요. 그 감정을 저도 느끼고 남들도 느끼는 겁니다. 그게 바로 제 그림이지요.”

그림으로 성공하리란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이선우는 그림이 성공을 향한 목표나 목적으로 설정된 게 아니다. 그림을 통하여 또 다른 진리의 세계를 발견하고 그것을 형상화하려는 것이다. 그의 그림들은 자신이 본 세계의 모습을 담고자 한 것이므로 하나같이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때로는 시적이기도 하고 한 줄기 감흥어린 음악처럼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한 순간에 숨이 멎게 하기도 하는 감흥은 이선우만의 체험과 육감에서 흐르는 세세하면서도 미묘한 선율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작가의 감성과 감흥을 통해 체득된 미적 교감은 스킨십을 하듯이 본능적이면서도 미묘한 느낌을 보는 이들에게 전달한다. 화가 이선우는 색을 절제하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오늘날 우리의 감성에 적합한 현대 한국화를 그린다. 그것은 감흥과 여운이 하나가 되어 뼛속까지 찾아올 것만 같은, 현대적인 한국화이자 세계적인 그림이 될 것이다.

약    력
   
▲ 작가 이선우
충청북도 충주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수상
1989-1990 제8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한국화부 특선 및 우수상 수상
1998 제1회 청작미술상 수상
1998 예총 예술문화상 수상
1987 이순신 해전도 제작 (LOTTE Hotel)
1993 행주대첩도 제작 (전쟁기념관)
●전시
1990-2008 개인전 12회 (서울, 쾰른)
1993-2001 화랑미술제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서울)
1999  NICAF, Tokyo Tower Bowling Center, Tokyo, 일본
2001  ART MIAMI, Miami Beach Convention Center, Miami, 미국
2007  ARTSTAR100축전, COEX 인도양홀
2007  ART. FAIR 21 (MESSE FUR AKTUELLE KUNST),
      EXPO XXI, KOLN, 독일
1986  MONTE-CARLO 국제 미술제 (MONACO)
1988  독일로 가는 한국화의 새 흐름전 (워커힐미술관, HAN
      Gallery,독일)
1990  젊은 모색 ‘90〈한국화의 새로운 방향〉전 (국립현대미
      술관, 과천)
1990  동방의 빛Ⅱ전 (키에프시립미술관, 우크라이나)
1992  제28회 아세아현대미술전 (東京都美術館, 上野-森美館, 일본)
1993  Jahr Des Hahns (An Farina Gallery, 퀠른, 독일)
1993  L.A 한국문화원 초대 「한국화 5인전」 (L.A 한국문화원, 미국)
1994  Kunst Aus Korea (Bayer사 초대, Leverkusen, Domagen, 독일)
1996  한국전통산수화 소장작가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996  ‘96 SIAF 특별전 「21세기를 향한 비젼」 (KOEX, 서울)
1997  한국현대미술전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영국, 폴란드)
1998  ‘98 서울미술대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0 한·일 친선교류「현대한국수묵산수화전」
     (지족미술관, 니가타, 日本)
2000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 기념「한국현대작가초대전」
      (札幌三越百貨店, 삿뽀로, 일본)
2001  臺北·漢城·烟臺 현대수묵화연전 (국부기념관, 대북, 대만)
2002  한·중 현대미술의 조명전
      (세종문화회관-서울, 사천성미술관-성도)
2005  뉴욕한국문화원 초대「한국미의 발현」
      (뉴욕한국문화원 코리아갤러리, 뉴욕)
2007  국민일보 현대미술 초대전(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008  한강르네상스, 서울전 -배를 타고 가다가- (서울시립미술관)
기타 국내외 기획초대전 300여회 출품
2000-현 동양화 새 천년 운영위원
2004-현 화성시 미술장식 심의위원
2006-현 문화관광부 미술은행 운영위원

장준석(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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