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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삶을 뒤집다, 익살스런 풍자로 현실 모순 꼬집어

웃는 암소들의 여름
아르토 파실린나 글|정현규 옮김 쿠오레|241쪽|1만원

 

‘그는 어디론가 가고 있었지만 그곳이 어딘지, 또 자신이 어디서 출발했는지도 말할 수 없었다.’

무료한 일상을 살아오던 택시기사 세포 소르요넨, 88세의 치매 노인 타베티 뤼트쾨넨의 만남은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다.

차길 한복판에서 감각이 둔해져 있는 손으로 타이를 매느라 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 신경쓸 여유가 없는 뤼트쾨넨. 그 광경을 치켜보던 소르요넨은 늙은 전차병에게 호기심이 발동하고 그의 기억을 찾는 ‘묻지마 여행’에 동참한다. 그리고는 핀란드의 한 여름, 자아를 찾기 위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는데….

핀란드판 돈키호테 ‘웃는 암소들의 여름’이 출간됐다. 한때 전쟁영웅이었던 전차병 뤼트쾨넨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에서 갈등하며 풍차에게 덤벼들던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와 닮았다.

망각의 현실과 과거의 기억 사이에서 자아를 찾으려 애쓰는 퀴르쾨넨의 곁에서 소르요넨은 노인의 기억파편을 찾아주려 한다.

기억을 상실한 채 어뚱한 일을 벌이는 뤼트쾨넨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펼치는 사건과 행동은 기이하고 익살스럽기 까지 하다.

곧 이들은 ‘행복의 대장간’이라고 부르던 어느 부부농부의 암소농장과 삼림을 모조리 불태워버릴 계획을 함께 새우고 농장을 파괴한다. 현실의 모순을 꼬집어내는 풍자의 이면에 인간을 향한 깊은 이해와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농장을 파괴하며 슬픔과 묘한 희열에 젖은 농부 부부의 모습은 극단의 슬픔을 넘어서, ‘파괴’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아내게 한다. 40년간 가꿔온 농장을 깡그리 페허로 만든 행위는 끔찍한 ‘조국 파괴행위’로 간주돼 고발되지만, 농토와 산림이 다시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져 도리어 칭송을 받게 된다.

전혀 어울리 수 없는 두 남자의 좌충우돌 핀란드 여행기. 작가의 신랄한 풍자와 함께 거꾸로 된 세상의 일면을 엿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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