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포럼] 법원이 먼저 성폭력범죄 인식 바꿔야
[경기포럼] 법원이 먼저 성폭력범죄 인식 바꿔야
  • 경기신문
  • 승인 2008.10.2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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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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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영환 (경기경찰청 수사관·법학박사·시인)
성폭력(性暴力)은 성적인 행위로 남에게 육체적 손상 및 정신적·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물리적 강제력이다.

성을 매개로 가해지는 신체적·언어적·심리적 폭력을 포괄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이 지난 6월 일부 개정되었는데 우리 일상에서 그 인식의 변화를 좀처럼 찾아 볼 수 없다. 이 법의 제1조는 ‘성폭력범죄를 예방하고 그 피해자를 보호하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를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인권신장과 건강한 사회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시절 우리 형법은 강간죄나 강제추행죄와 같은 성폭력 범죄 들을 포괄하여 ‘정조(貞操)에 관한 죄’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정조는 여성의 순결한 성도덕이나 관습을 뜻하는 용어인데, 여성의 인격을 짓밟는 강간과 같은 범죄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정조라는 단어를 형법에서 삭제한 것은, 성폭력 범죄를 바라보는 법적 시각에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강간 등의 범죄를 단순히 여성의 정조를 침해한다는 측면이 아니라, 성과 관련된 개인의 근본적인 자유권인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넓은 의미로 보면 성폭력이란 강간죄뿐만 아니라 추행·성희롱·성기노출·음란전화 등 성을 매개로 인간에게 가해지는 모든 폭력을 포괄하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성폭력 범죄는 더 이상 운이 나쁜 여성만 피해를 보는 사건이 아니다.

성폭력범죄의 피해여성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여부는 강간죄를 해석하는 법원의 인식부터 변화가 있어야 한다.

법원이 강간죄의 폭행·협박을 ‘상대방 여성의 자유로운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정도의 유형력을 행사하면 족하다’고 해석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야만 수사과정에서 즉, 피해자가 악착같이 반항 했을지 여부와 강간이 기수가 될 때까지의 신체적·생리적 변화과정 및 당시 정황에 대한 질문들을 피해여성에게 구체적으로 하지 않아 곤혹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범죄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인 경찰로서는 다른 어느 범죄보다도 성폭력 범죄에 대한 개념을 재정립 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같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 이유는 최근 성폭력범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13세 미만의 여자 아동을 납치 또는 유인하여 성폭행한 후 살해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아동을 상대로 하는 성폭력범죄자를 엄단하려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을 포함한 성폭력 여성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인 배려와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이들 피해자를 철저히 보호할 수 있도록 시설과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수사기관의 현장 출동 방법도 바꿔야 한다. 우선 현장에 있는 범죄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신중한 접근 방법을 택해야 한다. 신변보호 요청과 관련하여 생명·신체에 대한 위협의 강도가 높고 위해를 가할 것이 명백함에도 이를 과소평가하여 신변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함으로 인해 국가가 피해자 가족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신변보호 조치를 요구 받았을 경우,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호소하는 범죄의 종류와 경중, 행위자의 전과 관계, 위험성 정도, 행위자의 환경, 수사 및 공판의 진행 상황 등을 토대로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여 알맞은 조치를 해야 한다.

최근 충주지원은 도서관에서 6살짜리 여자아이를 성주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35)씨에 대해 징역 1년과 신상정보공개 5년을 선고하고 출소 후 2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이는 성폭력범죄를 2회 이상 범한 자,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자, 전자장치를 부착 받은 전력이 있으면서 다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자를 대상으로 최근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관찰소 등 교정시설에서 출소한 일부 성폭력범죄자들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고 있다.

움직이는 성폭력범죄자 감시는 한계가 있다. 충북교육청은 올 8억2천만원을 들여 287곳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권 침해 측면도 있어 초등학교에서는 먼저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나서 폐쇄회로 텔레비전 설치를 검토 할 필요성도 있다. 또한 성폭력 범죄 성향이 갈수록 사이버 공간화·교묘화·첨단화·지능화하고 있어 현장 증거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범죄 피해자보호 핵심은 현장 증거 수집 및 첨단과학수사기법 개발을 서둘러야 함은 물론이다. 피해자 인권과 신변보호를 수사기관이 자기 가족의 일처럼 최선을 다할 때, 범죄 피해의 아픔을 안고 있는 시민들도 수사에 협력하기 위해 한 걸음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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