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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포럼] 인신구속제도 운용의 妙 살리자

‘통제제도 결여’ 비난 키워
효율성 살려 ‘바른’검찰로

 

지난 달 31일 검찰 60주년 기념 국제학술 심포지움이 서초동 대검찰청의 디지털 포렌식 센터에서 개최되었다.

필자는 지정토론자로서 이 심포지움에 참석하여 헌법상 인신구속제도 에 대한 토론을 벌일 기회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느낀 소회를 몇 가지 적어 보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60년 전과 비교해 보면 검찰 조직은 인적·물적 규모와 활동영역 및 역량 등에 있어서 엄청난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 성장과는 달리 과연 검찰이 ‘준사법기관’으로서, 또 ‘공익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여 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 대부분이 ‘그렇다’라고 단정 짓기를 주저할 것이다. 수십 년 정권교체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뇌리 속에서는 검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엘리트주의, 상명하복식의 권력기관, 공안위주의 사고방식, 정치적 편향성 등은 누누이 지적되어 왔다. 외국과 비교하더라도 대한민국 검찰은 권력화·정치화가 두드러졌고, 이는 결국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검찰불신의 토대가 되었던 것이다.

한국 검찰에 대해서는 흔히, 검찰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하고, 정치적으로 남용될 위험이 높으며, 이를 적절히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비난의 중심에는 현행 인신구속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편의적 인신구속관행이 크게 자리를 잡고 있다.

예컨대 헌법 제13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다만 현행범인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는 때에는 사후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부당한 인신구속에 대하여 통제할 수 있도록 명문화 하고 있다. 이는 헌법에 의해 영장주의를 천명하여 체포·구속 등을 하기 전에 영장을 발부받도록 하는 사전영장을 원칙으로 하고 사후영장은 헌법이 규정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행형사소송법은 긴급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피의자를 구속할 경우에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긴급체포 후 계속 구금을 계속할 필요가 없어 석방한 경우에도 사후체포영장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언급이 없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검찰의 인신구속관행은 통상의 체포보다 긴급체포를 선호하게 되었다. 즉, 긴급체포는 범죄의 중대성, 신병확보의 필요성 및 긴급성 등의 각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의자가 검찰의 출석 요구에 응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긴급체포를 행하는 경우가 실무상 빈번히 일어났던 것이다.

비록 예외적인 상황이라 하더라도 명백히 사후영장을 요구하고 있는 헌법규정에 비추어 볼 때, 무영장 긴급체포 관행은 분명 위헌의 소지가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와 범죄투쟁의 효율성 측면에 있어서는 필요하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현대사회에 있어서 새로운 유형의 신종범죄 및 이상성격자들에 의한 흉악범죄 방지를 위해서는 긴급체포를 통한 신속한 대응이 긴요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수사의 ‘효율성’과 수사의 ‘편의성’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검찰의 긴급체포관행이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 주는 취지에서라면 현행 형사소송법의 틀 내에서 널리 지지받을 수 있겠지만, 검찰이 합리적 판단과 자제력을 잃고 오로지 편의주의적 목적에서 긴급체포제도를 남용한다면, 격렬한 위헌시비의 포화에 휩싸이게 될 것이며, 결국 검찰이 지닌 가장 강력한 범죄투쟁의 무기를 또 하나 반납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검찰 창설 60주년을 맞이하여 ‘강한’ 검찰보다는 ‘바른’ 검찰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였다. 검찰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인신구속제도에 대한 운용의 묘(妙)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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