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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미학] 9. 김병걸의 예술세계

그림자 그리고 흔들림 인간의 근원 그리고 깨달음

 

주변에 남아 있는 흔적을 살펴보면 누가 무엇을 얼마나 했는가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경기도 파주에 자리 잡고 있는 50여 평의 작업장에는 바닥과 천정, 벽들과 문틈 사이, 곳곳마다 구석구석에 거듭된 창작의 고민들로 가득하다.

 

또한 여기저기에 작업도구들과 재료들이 작가의 부지런한 손길을 기다리며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시도가 이루어지고 그렇게 완성된 작품들, 바로 조각가 김병걸의 작업장 모습이다.

 

많은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발상이나 방법들은 각자의 개성을 지니면서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저마다의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김 작가의 작업에 대한 발상은 글쓰기와 읽기에서 시작된다. 다시 말하면 그의 작업의 시작은 언어로부터 비롯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시나 소설 등 다분히 문학성에 근거하는 표현들이 서술적으로 그의 작품에 반영되어진다. 그에게 있어 글쓰기는 의식을 바꿔주며 사고의 자유로움을 준다고 한다.

 

이는 신비를 찾아가는 행위인 것이며 감추어진 이미지를 찾아내고 행간과 행간 사이를 읽어내는 비밀스러운 작업방식이기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성향의 작품을 하게 한다. 그렇기에 그동안 눈에 뜨이지 않은 색다른 특징과 어쩌면 시대적 이미지와 동떨어진 형상들이 나타나는 작업이 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을 마주해서 한참 동안을 들여다보며 관찰하고도 과연 어떠한 의미가 내포되어있는가를 쉽게 눈치 챌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는 데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김 작가는 자신의 조각 작품을 조각이라 말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이를 “구조 작업”이라는 언어로 대신한다. 이 구조 작업(입체 작업)에서 건축들의 파편들이 조각되어 나온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조각 작품을 설치하는 방식과는 달리 그의 작품들은 뒤집거나 매달고 벽에 붙이는 등 여러 가지로 다양한 설치가 가능하다.

이러한 구조 작업에서 작가가 표현하는 언어는 “그림자” 그리고 “파편들” 이다. 그림자는 신비라는 언어 중의 하나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그 속에 에너지나 근원 등의 의미가 더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림자는 본인의 근원일 수 있으며 그 누구도 자신의 근원을 넘어서지 못한다. 혹은 그 누구도 자기 어머니의 음문(陰門)을 넘어서지 못한다.

 

또한 그림자는 무의식이나 콤플렉스이며 무의식은 날개로 표현되는데 이 날개는 결핍에서 나오는 갈망인 것이다. 결국 예술은 결핍이나 허무에서 나와야만 진보할 수 있고 새로움이 생기는 것이며, 내면에서 나오는 깊이와 함께 갈등을 헤쳐 나가는 흔적을 겪어야 한다는 김병걸 작가의 예술적 철학인 것이다.

작품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서 좀 더 자세히 그의 작품을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스티로폼을 이용하여 형상을 조각하고 나서 그 형상 위에 붕대나 포티, 석고 등의 혼합 재료를 이용해서 형태를 마무리하고, 캠퍼스 천을 사각의 모양으로 작게 오려서 하나씩 하나씩 외형을 감싸며 붙인다. 그런 후에 단색조로 컬러링을 하고나면 작품의 완성이 이루어진다.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보이는 사각의 파편들에 대해 김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과 말 그리고 새의 표면을 동일하게 뒤덮고 있는 그것들에 의해 각각의 이름은 무효화되면서 파편화된 존재 혹은 존재의 파편화로서 남게 된다. 이렇게 파편들로 만들어진 형상들은 다소 느릿한 몸짓으로서 자신의 모습을 간절히 바라보기를 원하는 장면들이고 실제이기를 거부하는 변질된 부재라고 말할 수 있다.

 

사각의 파편들은 결국, 본질에 대한 성찰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내용 없음” 의 코드이기도 하다. 부재는 그리하여 새로움을 향한다. 그것이 형태의 시작이다. 하나의 존재가 다른 것과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 이 형태들은 어떤 형상도 어떤 차원도 없다.

 

이름이 소멸되어 그림자처럼 남은 그들은 모두가 “대명사-그” 로서 포함되어진다. 그들은 인칭이 혼용되었으며 그러므로 그 누구도 아니다.“

“날개가 필요해“라는 작품은 우리 모두의 혹은 예술가, 자기 자신에 대한 갈망이기도 한 것이다. 이 작품에서 그림자들은 각각 하얀색, 빨간색, 검은색으로 표현되었는데 이렇게 서로 아주 다른 색조를 띠듯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형상의 의미보다는 내용 없음을 보여주는 파편들로 이루어진 작품인 것이다.

“Magenta” 작품의 경우에도 에로틱한 형태이지만 에로틱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텍스트를 보여주는 것이다.

 

김병걸 작가는 그림자, 파편 그리고 또 하나 “흔들림”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 사진 작업으로 보여지는 이 작품들의 내용을 들어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흔들리지만 우리는 정지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가상과 현실 속에서의 흔들림이 실제일지도 모른다.”

김 작가의 방식은 존재와 사물의 흔들기이다. 그가 찾아내고 표현하는 흔들기로 인해 우리는 그동안 익숙하게 보아왔던 것들에 대하여 혼돈현상이 생기고, 더불어 가상과 현실의 틈새에서 또 다른 세상, 즉 그를 통해서 차별된 또 다른 상상의 활로가 열리는 것이다.

건축에 관심이 많아서 고등학교를 건축과로 졸업했고 지금까지도 건축에 관련한 전문서적 보기를 좋아한다는 조각가 김병걸.

건축, 조각, 사진, 문학 등 장르의 구분이 중요한 것이 아닌, 독특하고 다채로운 발상을 추구하면서도 자신만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잃지 않는 지금의 모습이 꾸준하기를 바란다.

 

약 력

   
▲ 작가 김병걸
1957 충북음성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조각전공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 개인전
2008  Criss Cross, 가나아트스페이스, 한국
     문화예술위원회후원, 서울
     Fragments, 갤러리 Aka, 기획초대, 서울
2002  반응하는 형태- 게슈탈트, 코리아디자
     인센터, 기획초대, 서울
2001  Passage,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00  Open studio, 구산스튜디오, 일산

 

● 단체전
2008  ‘Camera Casual’ 대구아트페어 특별
       전, EXCO, 대구
       삶에 난 구멍 ‘위로 날기’, 동덕아트갤
       러리, 서울
       BAMF, js art, 파주
       SOAF, 코엑스, 서울
       현대조각 초대전, 대청호미술관, 청주
       Wake up- 한국사진의 새로운탐색,
       갤러리나우, 서울
       사진을 말하다, 브레송갤러리, 서울
2007  Inside PAJU, 쎈띠르갤러리,  파주
       한-중 조각전, 아이오갤러리, 파주
       Hephaistos & Pandora, 쇳대박물관,
      서울
2006  현대미술 초대전, 동아대학교조형관,
      부산
      진해 워크샾,  진해시청사, 진해
       에스쁘리전, 큐브겔러리, 서울
2005  한국현대조각초대전, 영은미술관, 광주     
      종교미술제, 예술의 전당, 서울
2004  POSCO 워크샾, 포스코, 서울
2003  서울시립대학교조형관 개관기념전,
      서울
2002  유연한 움직임-숨, 홍익대학교현대미
      술관, 서울
      한국현대조각전, 조선화랑, 서울
2001  DMZ, 석장미술관, 연천
       노스탈지아, 겔러리메이, 서울
1993  한-일현대조각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한국현대조각회전, 예술의 전당, 서울
       서울현대미술제, 미술회관, 서울
1992  한-일현대조각교류전, 후쿠오카 시립
       미술관, 일본
       20인의 조각전, 청년미술관, 서울
1991  한국현대조각회전, 미술회관, 서울
       서울현대미술제, 미술회관, 서울
1990  한-일 현대조각교류전, 후쿠오카 시립
      미술관, 일본
      한국의 현대미술전, 루피노타마요 국
      립현대미술관, 멕시코
1989  시점과 시점전, 바탕골미술관, 서울
       Another new sculpture, 토탈미술관
     , 서울
1988  한-일 현대조각교류전, 후꾸오까 시
      립미술관, 일본
       제3현대미술전, 대구시민회관, 서울
1987  서울현대미술제, 미술회관, 서울
       한국현대조각야외초대전, MBC, 춘천
       Independent,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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