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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미학] 10. 이수홍의 예술세계

고목에 활짝핀 예술꽃의 향기

 

1989년 초 어느 날, 미국 롱아일랜드의 C.W 포스트 대학 근교에 있는 나지막한 산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한 청년이 산 속을 돌아다니면서 고목나무를 모으고 있다가 순찰을 하던 경찰의 검문을 받고 제지를 당하게 되는데 이유는 산에 있는 고목나무를 무단으로 가지고 가는 것을 금지하는 법적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한국 유학생은 오래되고 말라죽은 그 고목나무들을 조각의 작품 재료로 쓰려고 한다는 설명을 간절히 했고 사정을 이해한 경찰은 고맙게도 군데군데 고목나무를 모아 둘 테니 가져다 쓰라는 허락을 했다. 하마터면 법을 위반해서 제재를 받을 뻔했던 그 유학생은 그렇게 해서 원했던 고목나무 재료를 풍부하게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뉴욕의 프렛 인스티튜트 대학 조소전공 석사과정에 있었던 이 유학생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나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가 바로 조각가 이수홍 교수(홍익대학교 조소과)다.

 

그즈음 미국의 유학생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작업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로 Objet(기성품)과 고목나무를 주워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수홍 작가에게는 이 고목나무가 더없이 좋은 재료였던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할 수 없이 사용하는 것이 아닌, 나무의 물성적 매력에 흠뻑 빠져든 그는 나무를 이용해서 작업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작가로서 인정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고 있는 나무란 무엇인가를 들어보기로 하겠다.

“나무란? 각각 다른 모습이어서 좋다. 다른 모습이란 물성과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자연 상태에 있을 때에도 다르고 가공되어져도 다른 것이다. 또한 살아있는 유기체의 느낌이 들면서 오랜 시간을 함께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새로운 감성세계가 열린다. 이는 나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나무의 본성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업하는 과정에서 생각지 않은 우연성이 나타나고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는데 이는 항상 본인을 흥분시키고 자연과 대화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본인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나무에 대한 생각을 토대로 그가 수 년 동안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언어는 “안과 밖-그 사이” 이다.

 

“안이 있으면 밖이 있고,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유한이 있으면 무한이 있고, 인공이 있으면 자연이 있다”라는 식으로 서로 상반된 혹은 전혀 다른 개념들의 존재를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이러한 것들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된 그의 작품들은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의 대비나 실재나 모조의 대비를 통해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선에 대한 의문까지도 제시한다. 가공이 없는 자연 상태의 나무를 이용한 작품과 말끔하게 가공한 나무로 만들어낸 작품 사이에는 같음과 다름, 자연과 인공의 구별이 큰 화두 거리가 되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서 시각적 출발은 전혀 상반(相反)되는 개념으로 시작하지만 상반된 두 상태가 결국 하나의 순환적 구조를 갖는다는 해석을 내놓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사실적 개념은 정반대의 그 무엇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안과 밖, 그리고 그 사이에 머무르며 그 간극에 존재하는 에너지와 조우하는 것이다. 또한 그의 작품 설치는 오브제 서로의 관계는 물론이고 오브제와 오브제가 놓일 전시공간의 관계를 중요시 하는 설치 미술의 개념도 함께 하므로 이 작가의 작품은 관객과 공간을 동시에 수용하는 포괄성을 갖는 것이 특징으로 나타난다.

이수홍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면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조각가 Gueseppe Penone(주세페 페논)이 연상된다. 이는 단지 재료로 나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같기 때문은 아니다. 분명 이 둘의 방식은 개념 또는 작품의 제시방법이나 표현의 양식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지만, 물성의 성질을 파악하고 그 물성이 가지는 에너지를 느끼면서 결국 나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표현하며 독자적인 언어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두 작가 모두 세계적인 작가임이 틀림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즐겁고 재미있게 작업하는 조각가 이수홍. 작품 활동함에 있어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반복과 결과가 뻔히 보이거나 알아챌 수 있는 작업을 싫어하며, 나무의 특징과 나무의 변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온몸의 에너지가 소진되고 드디어 작품의 마무리가 이루어지면 쾌락의 끝을 보는 듯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자로서 또한 조각가로서 이중의 고통이 수반될 수 있는데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작가는 “좋은 작가가 되어야 좋은 교육자가 될 수 있다”라고 짧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답을 한다.

그렇다. 선생이 학생들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교육은 작업하는 예술가로서의 선생 자신의 삶을 본보기로 보여주는 것이므로 선생의 생활은 예술가가 되는 과정의 본보기이며 예술창조를 둘러싸고 있는 복잡한 관계성에 대한 검증이고 기록인 것이다. 그러한 선생의 경험은 어린 예술가 혹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택한 길을 성실하게 꾸준히 하다보면 반드시 목적에 다다를 수 있다는 메시지의 전달인 것이다.

예술가로서 또한 교육자로서 오래도록 좋은 본보기가 되어주기를 감히 당부하며, 이수홍 작가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

“나무란? 각각 다른 모습이어서 좋다. 다른 모습이란 물성과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자연 상태에 있을 때에도 다르고 가공되어져도 다른 것이다. 또한 살아있는 유기체의 느낌이 들면서 오랜 시간을 함께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새로운 감성세계가 열린다. 이는 나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나무의 본성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업하는 과정에서 생각지 않은 우연성이 나타나고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는데 이는 항상 본인을 흥분시키고 자연과 대화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본인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약 력
   
▲ 작가 이수홍
1961년 서울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84) 및 同 대학원 조각과 졸업(’89)
프렛 인스티튜트 조소전공 석사과정 졸업(1992)
뉴욕주립대학 Visiting Artists Program (2007년 8월-2008년 8월)
● 수상경력
1994년     석남미술상 수상
1997년     김세중청년조각상 수상
●개인전
2007   제12회 개인전 “Necessary Pair"
       (State Museum of Ostrovskiy, 모스
       크바)
2006   제11회 개인전 “안과 밖-그 사이”
      (Space Cube, 서울)
1999   제10회 개인전 “안과 밖-그 사이”
      (학고제, 서울)
1998   제9회 개인전 “안과 밖-그 사이” (3
       65studio, 파주)
1997   제8회 개인전 “안과 밖-그 사이”
      (모란갤러리, 서울)
1996   제7회 개인전 “안과 밖-그 사이”
      (현대갤러리, 서울)
1995   석남미술상 수상전 (박여숙화랑, 서울)
1994   제5회 개인전 “안과 밖-그 사이”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1993   제4회 개인전 “안과 밖-그 사이”
       (브로드웨이 윈도우즈, 뉴욕)
1992   제3회 개인전 “안과 밖-그 사이”
       (뉴 갤러리, 뉴욕)
1992   제2회 개인전 “안과 밖-그 사이”
       (히긴스홀 갤러리, 뉴욕)
1988   제1회 개인전 “제법무상” (토탈갤
       러리, 서울)
●국내외기획전 및 초대전
2007   Pure Mass-reconstruction (서울광
       장, 서울)
       아시아현대조각전(후쿠오카 아시 
         아미술관, 일본)           
         한국, 터키 수교50주년기념전(한국
         터키)
2006    미소(갤러리조선, 서울)
         파.율.음(마산조각공원, 마산)
         서울숲/조각심포지움(서울숲, 서울)                               
2005   모란을 거쳐 간 사람들(모란미술관,
        마석)
        미술 속의 수학(사비나미술관, 서울)
        Between (슈투트가르트조형대학,
       독일)                   
2004   나수노가하라 국제조각심포지움
       (오따와라, 일본)
       한국현대작가초대전(서울시립미술
       관, 서울)
          유럽&아시아목조각초대전(묘리
         미술관, 대만)
         아르티아데-미술올림픽(아테네,
         그리스)           
2003   국제 조각, 설치전 (블루문 스페이
        스, 베니스, 이태리)
        아시아 목조각교류전(묘리미술관,
        대만)
        한, 일, 대만 아세아현대조각전(후
        쿠오까 아시아미술관, 일본)
●그 밖의 주요전시
2001    제1회 사진영상페스티발(가나아트
        센터, 서울)
1999   서울-함브르크/ 대화( 토탈미술관,
        서울)
1998   국제현대미술전-동방의 바람(부산
       시립미술관, 부산)
1997   서울-쾰른 교환프로그램 (고타르 쿤
       스트 포럼, 쾰른)
       소나무여, 소나무여(환기미술관, 서울)
1996    바젤 아트페어 (국제전람회장, 바젤)
1995   오늘의 작가 6인(갤러리현대, 서울)
        이작가를 주목한다(동아갤러리, 서울)
1994   젊은 모색(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리차드 테일러,이수홍 2인전 (몽클
        레어 아트갤러리, 뉴저지)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교수
아시아현대조각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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