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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의미학] 12. 김인겸의 예술세계

평면속의 공간, 공간속의 기하학

 

40년 이상의 시간을 고독하게 외길로 걸어온 조각가의 삶은 어떠한 모습일까?

설렘과 조심스런 마음으로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자리 잡고 있는 조각가 김인겸의 연구실을 방문했다. 선반을 비롯해서 벽면, 천정, 바닥, 구석 등에 놓여 있는, 다양한 형태와 재료들로 제작된 수많은 작은 모형들은 작품제작을 위한 준비과정으로써 얼마나 많은 고민과 시도들이 있었는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실제로 그의 작업장에는 8톤 차량으로 5대 정도 물량이 되는 작품들이 보관중이라고 한다. 이는 그동안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기보다는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예술가로서의 삶을 그저 편안하게 두지 않은 치열한 작가의 내면을 짐작하게 하는 것일 수 있겠다. 왜냐하면 새로움을 찾는 것에 게을리 했다면 작품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진 것을 놓을 때 새로운 그 무엇이 들어온다. 그리고 더 나은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이 예술이다”라는 김 작가의 예술철학은 지금까지 예술가로서의 그만의 자세와 삶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근·현대 한국 조각계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는 조각가 김인겸, 그의 역사를 잠시 살펴보기로 한다.

수원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졸업 이후 “묵시 공간”, “프로젝트-사고의 벽”, “묵시 공간-존재”등의 주제를 가지고 국내외에서 여러 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특히 1992년 ‘사고의 벽’이라는 공간성과 시각적 효과를 강조한 설치 작품으로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고 성행하지 않았던 공간을 통한 설치 미술의 장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즉 공간을 잘 다루는 작가로서 1995년 최초로 한국관이 설치된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 대표작가로 출품하게 되고, 동양의 전통 미의식을 바탕으로 한 그의 공간 설치작품 “프로젝트 21-내추럴 네트”가 국제무대에서 주목을 받는다. 이 작품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도전적 성격의 실험적 설치미술이었다.

그의 작품은 주어진 공간과 환경을 아울러 생각하며 공간과의 일체감을 이루고자 한다.

 

 

 


새로운 환경을 창조하려는 개념이 그의 설치미술에 주요하게 등장했으며, 관객들에게 체험의 장을 제공하고 사색의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작가와 작품의 역할이라고 여긴다. 또한 그 작품들은 관객들을 환기시킬 수 있는 울림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어떤 메시지를 담아낼 것인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후 1996년,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프랑스의 세계적인 미술관 “퐁피두 센터”에 초대돼 파리에 정착하며 또 다른 환경에서 새로움을 찾던 그의 행보는 공간을 지휘하는 조각가로서 늘 도전과 갈망의 연속이었다.

4년 전 귀국한 그는 “빈 공간”이라는 시리즈를 선보이는데 그의 작품은 한결 같이 대상을 재현하거나 묘사하기보다는 버리는 과정을 통해 어느 경지에 다다르는 상태 즉 한국 사상에서 이야기하는 도(道)의 경지로 일관한다.

그 표현방식은 입체적이고 장식적인 것 대신 단순하고 평면적인 형태가 되어 작품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스스로 독립해서 서 있을 수 있는 것이 조각의 기초라고 생각하는 김인겸 작가의 조각은 평면을 통해 공간을 형성하면 무게나 덩어리가 아닌 부피의 조각이 되며 이에 여백미가 가미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형태보다는 부피에 관심을 가진다.

시각적으로 평면이나 입체가 아닌 이 두 가지의 간극에서 보이는 모호함과 최대한 절제되고 단순화된 간결함으로 외부에서는 흔히 김 작가를 일컬어 한국의 미니멀 작가라고 한다.

이에 김 작가는 “인간들에게 그러하듯이 작품에도 육성과 영성이 존재한다고 했을 때 그 육성이란 구체적이고 표피적인 것으로서 조형의 형상과 기능으로 결정지을 수 있는 범주들의 외형적 문제들이며 결과에 가치를 두는 관점이다. 반면에 영성이란 내면적 반응에 의한 미지의 것들로서 작가의 정신적 움직임들이 판단하는 그 전·후의 모든 영향과 역할에 기대와 관심을 갖는 관점이라 하겠는데 그 결과는 보통, 무한과 영원성을 동반하는 단순, 담백함 또는 은유, 모순 등으로 나타난다.

 

 

단순화시킨 기하학적 형태들은 사물의 본질이며, 존재가치를 나타내는 근원적 모습이다. 외적인 형태보다 내적인 본질에 집중하며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 여백, 빈 공간, 무가치의 가치 또는 논리가 미치지 못하는 곳의 논리 등 해법이 불투명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해서 규정 지울 수 없는 미궁들 속의 영혼성을 감지코자 하는 것이 내 작품의 기획이자 관리 또한 목표가 된다”고 작가 노트를 통해 이야기한바 있다.

즉 육성이 세속적이고 장식적이라면 영성은 정신적인 것이다. 작가는 영성을 중요한 깊이로 생각하며 영적인 것만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이다.

작품을 보는 관객에게서 “이것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나올 때 제대로 된 작품에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틀을 던져 버리고 새로운 장르(색)를 모색하지만 다가가면 멀어지는, 손에 닿을 듯 있는 존재가 예술이라고 말하는 조각가 김인겸.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모든 예술적 문제는 온전히 개인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후배들이 그의 예술가로서의 자세와 삶을 표본으로 삼고 존경하는 이유를,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의 언어와 눈빛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약    력
   
▲ 작가 김인겸
1945   경기 수원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및 동 교
       육대학원 졸업
1995  베니스비엔날레 한국대표작가
1996~97  프랑스 뽕피두센터미술관 초대작가
● 수상
2004  김세중 조각상
1997  가나미술상
● 개인전
2005  빈공간, 시공갤러리(대구)
2001  빈 공간, 싸이트 오데옹5(파리, 프랑스)
2001  빈 공간, 갤러리 모니떼르(파리, 프랑
      스)
1999  묵시공간-공, 가나아트센터(서울)
1997  드로잉조각, 프랑스문화원(서울)
1997  뽕피두센터스튜디오(파리, 프랑스)
1996  묵시공간-존재, 표 화랑(서울)
1995  베니스비엔날레,한국관(베니스, 이태
      리)
1992  프로젝트-사고의 벽, 문예진흥원 미술
      회관(서울)
1991  묵시공간, 가나화랑강남(서울)
1988  묵시공간, 가나화랑(서울)
● 초대전
2008  베니스비엔날레 한국작가 드로잉 특
      별전(세종문화회관,서울)
      KIAF 한국국제아트페어(COEX,서울)
2007  reconstruction PURE MASS(서울광
      장,서울시청)
      한국현대조각의정신-어제와오늘(마
      나스아트센터,양평)
      신소장품2006(국립현대미술관,과천)
      비평적시각 - 근,현대에서 최근까지
      (인사아트센터,서울)
2006  서울숲야외조각심포지엄(서울시립미
      술관,서울)
      Art Now, Beyond History(장흥아트
      파크,장흥)
      무계,Without Boundary(표갤러리,북
      경,중국)
      난지야외환경조각전-난지창작스튜디
      오 개관기념(서울시립미술관,서울)
2005  한국현대미술초대전-열정(성남아트
      센터)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시공갤러리
      (COEX,서울)
2004  한국국제아트페어, 예원화랑, 표 갤러
      리(COEX, 서울)
      아트시카고, 표 갤러리(시카고, 미국)
      현대미술의 시선, 세종쎈타미술관(서울)
      스틸 오브 스틸, 포스코미술관(서울)
      신소장품2003(국립현대미술관,과천)
2003  드로잉의 새로운 지평, 국립현대미술
       관(서울)
      서울미술대전, 서울시립미술관(서울)
2001  횡단하는 이미지, 갤러리 휘시(서울)
2000  새 천년의 항로-주요 국제전 출품 작
      가들1990-99(국립현대미술관, 과천)
●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과천)·호암미술관(용인)·서울시립미술관(서울)·아라리오미술관(천안)·우미노나카미치국립공원(일본)·스와로브스키컬렉션(오스트리아) /신라조각공원(서울)·김포조각공원(김포)·올림픽조각공원(수원)·삼성반도체(온양)·삼성의료원(서울)·삼성자동차(부산)·난지도조각공원(서울)/ 서울숲조각공원(서울)/MBC드림센터(고양)
● 현재
한국미술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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