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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대학 신입생을 둔 어느 학부모의 고백

 

많은 사람들로부터 아예 뭇매를 맞을 각오를 하고 올해 자녀 2명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는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사교육에 대해서 정직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먼저 다른 학부모들처럼 자녀가 공부를 썩 잘했으면 당당하게 내 자녀는 학원도 안보내고 과외도 안 시켰는데도 서울 소재 대학에 들어갔다라고 자랑을 하련마는 자녀의 재주가 미천하여 입시 전문학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 학부모의 심정을 십분 헤아렸으면 한다. 집의 딸아이는 일찍부터 문예 창작에 뜻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실기시험이 무척 중요한데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이 아이의 진학지도를 해 주지 않았다. 아니 해 줄 수 없었다고 말하는 편이 더 솔직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액의 학원비를 들여서 문예실기 입시전문학원에 보낸 결과 아이가 원하는 학과에 진학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비해 아들은 사진작가의 꿈을 일찍부터 키워왔다.

부모의 자녀 교육은 자녀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삶을 영위해 나가도록 돕는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아들에게도 마땅히 사진실기 입시전문학원에 보내야 하는데 사교육비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없어서 그냥 수능 준비만 시키고 말았다. 결국 그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하지 못하고 그 대신 차선책으로 원하지 않은 대학에 들어가서 사진학을 공부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만약에 공교육이 아이의 달란트를 계발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여 교육하였더라면 학부모의 마음은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비단 예체능 분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나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영어, 수학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교육에 관해 제법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람들 대부분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의 주범으로 사교육을 꼽는다. 하지만 사교육에 의존해서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학부모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인간은 가치를 추구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학부모나 학생은 보다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하고 또 자기가 일생을 두고 꼭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할 수 있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사교육 기관을 찾는 것으로 나타나건 과외 형태로 나타나건 그 욕구를 무시하거나 정죄해서는 안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학교 교육이 현실적으로 교육수요자들의 교육에 대한 욕구와 바램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안고 있는 분명한 한계를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사교육 없는 세상이 이상적인 사회일지 모른다. 그러나 대학 진학을 앞에 둔 교육수요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사교육이 있는 세상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필자는 사교육을 두둔하거나 옹호하고자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사교육에 돌멩이를 던지고 싶지 않을 뿐이다. 공교육이 감당하지 못하는 많은 부분들을 사교육기관이 책임지고 있다는 것을 부끄럽지만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사교육에 문제가 아니라 사교육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공교육의 현실이 문제이다. 사교육은 근본적으로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는 사교육을 선택한 교육수요자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다.

만약 사교육이 정말 문제가 된다면 사교육을 줄이거나 없앨 수는 있다. 교육을 철저하게 국가 통제 하에 두고 사교육 기관을 이용하는 것을 법적으로 강력하게 금지시키면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이런 방식은 자유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 그렇다면 공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합리적 대안일 수 있겠다. 교육 정상화라는 말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학교교육만으로도 대학에 충분히 진학할 수 있는 교육으로 가볍게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는 지금과 같은 사회 현실 속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무리 대학 입시제도를 바꾸고 교육정책을 입안한다고 하더라도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의 속성이 있는 한 사교육은 어떤 형태로든지 존재하게 마련이다. ‘3불’ 정책이나 교육평준화 정책이 사교육을 줄이는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떠들어대는 사람들도 결국 자가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인간의 교육적 욕구를 인위적으로 강제한다는 것 자체가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온당치 못하고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교육이 횡행하더라도 사교육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적어도 교육문제에서만큼은 행복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성격의 학교가 세워져야 하고 다양한 교육들이 인정되어져야 한다. 결국 대안교육이 가장 적극적인 대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임태규 (기독교대안학교연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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