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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학교 자율화 방안, 이래도 되는 겁니까?

 

지난 6월 11일에 최종 확정 발표된 학교자율화 방안을 보고 있노라면 정부가 사교육을 따라 잡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시민단체들도 우리 교육계가 해결해야 할 첫 번째 문제로 사교육 문제를 꼽고 있을 정도이니 이해는 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사교육 기관을 이기기 위해서 학교를 아예 사교육기관으로 전환해버리겠다는 식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이게 될 법이나 한 말입니까? 내세우는 명분은 공교육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학교자율화 방안으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나타나게 될 결과를 생각하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번 발표된 학교자율화 방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니까 정부가 이제는 참으로 큰 일을 저지르고 마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첫째로 국민공통기본교과별 연간 수업 시수를 20% 범위 내에서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한다는 조치는 강 건너 불 보듯이 학교교육은 입시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 분명합니다. 여기에다가 덧붙여 학년 학기 단위 집중 이수제를 실시할 수 있게 만들어 버리면 입시에 불필요한 과목들은 그냥 한 학기에 몰아서 수업을 하고 주지 교과목들을 강화시킬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되고 말죠.

그러면 공교육이 원래 지향해야 하는 전인교육은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게 됩니다. 그 대신에 학교 현장은 치열한 입시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사각의 링으로 변모하게 될 뿐만 아니라 입시와 무관한 과목들 특히 감성교과목들은 이제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 점을 교과부 관계자들도 충분히 예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입학사정관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벌써부터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기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쯤은 다 아시죠?

둘째는 학교장에게 교직원 인사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내용, 즉 학교장이 우수 교사를 초빙하여 학교장의 학교경영방침을 공유하는 교육들과 함께 학교 운영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입니다. 겉으로 보면 굉장히 전향적인 안으로 보여지지만 이 또한 심히 걱정이 됩니다. 학교 단위로 학교장이 중심이 되어 학교를 책임 있게 경영할 수 있는 길이 열려졌다고 말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앞으로 고교 선택제가 곧바로 실시되는 마당에 학교장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학교가 교육수요자들로부터 비선호학교로 낙인이 찍히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습 수요자들이 요구하는 것에 맞추어 학교를 운영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러면 학교장은 여기에 부응할 수 있는 우수교사, 보다 정직하게 말하면 입시에 능통한 교사들을 초빙하여 입시 위주의 교육에 박차를 가할 것이 분명하지 않겠습니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현상이죠?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사교육기관인 학원식 운영의 모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율학교를 현재 전국의 초중고 학교의 282개교(2.5%) 수준에서 내년까지 2,500여개교로 10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는 방안이 주목을 끕니다. 자율학교로 지정이 되면 교육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교사들을 교육과정에 맞게 교원 정원의 50%에 해당하는 교사들을 초빙할 수 있는 특권이 부여됩니다. ‘학력향상 중점학교’, ‘교육과정 혁신학교’, ‘사교육 없는 학교’, ‘기숙형 학교’, ‘마이스터고’ 등 다양한 학교가 세워지게 하려는 정부 정책의 방향은 분명히 옳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율학교의 변질을 경계해야 합니다. 자율학교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학교들의 본심은 정부가 입시경쟁의 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는 분명히 입시경쟁에서 이기기 위함에 있다고 봐도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면 자율학교의 등장은 교육의 순기능보다는 오히려 입시경쟁을 한껏 부추기는 역기능으로 작용할 공산이 큽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사교육을 이기는 것이 공교육 정상화입니까? 사교육을 이기기 위해서 공교육이 본래부터 추구해야 할 전인교육이 훼손되더라도 아예 학교를 사교육 기관화하는 이상한 정책들을 남발해도 되는 겁니까? 그리고 그 장단에 손뼉을 치는 학부모님들은 무엇입니까? 더 참담한 것은 이런 교육수요자들의 요구에 춤을 추고 있는 정부의 대응입니다. 사교육비 문제는 정부의 정책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사교육의 허탄한 신화를 믿는 학부모님들이 생산한 거 아닙니까? 자신들이 희한한 교육 문제들을 만들어 놓고 우리 교육이 죽어가고 있다고 하니 어이가 없습니다. 다들 왜 이러십니까? 모두 책임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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