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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현칼럼] 담배와 15년을 바꿀건가

 

노무현 전대통령 분향소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담배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투신 직전 경호원에게 “담배 있느냐”고 물었다는 말이 전해지면서 ‘담배 한 개비 헌정’이 조문 의식의 상징이 되었다. 노 전대통령은 한때 하루 두 갑 이상을 피운 애연가였다고 한다. 생전에 봉하마을 슈퍼에서 담배를 한대 물고 앉아 있던 노 전대통령의 훈훈한 사진이 각인돼 아른거린다.

담배 예찬론자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담배를 피우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한다. 또 생각이 막혀 있을 때 피우는 담배는 묘안을 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불안할 때나 갈피를 못잡고 방황할 때 담배 한개피를 피워 물면 더할나위 없다고 말하는 이도 많다.

담배를 피우느냐 끊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사에 달려 있다. 담배는 기호식품으로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처지도 못된다. 좋으면 좋은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개인 취향에 따라 끊거나 피우면 그뿐이다. 또 피우고 안피우고 하는 행위에 대한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도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담배로 인한 나쁜 소식이 그득하다.

세계 최고령 남성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이는 일본인 다나베 도모지 씨로 올해 113세다. 그가 지난 19일 사망해 안타까움을 안겨주고 있다. 미야자키현 미야고노죠시 당국은 사망소식을 전하며 고인은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시 당국의 이같은 발표는 금연이 다나베 도모지 씨의 장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담배 속에는 니코틴을 위시해서 자그마치 260여종의 화학성분이 들어 있다고 보고 있다. 벤츠피렌 등 발암물질도 10여종이나 된다. 한 개비의 니코틴 함유량은 약 20mg, 태웠을 때 1mg 정도가 흡수된다. 치사량이 50mg 이니까 앉은 자리에서 50개비를 연거푸 피우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흡연 시 발생하는 담배 연기 중 흡연자가 실제로 들이마시는 연기는 13%에 불과하다. 나머지 87%는 담배가 그냥 타들어가서 생기는 소위 ‘간접흡연’ 연기다. 또 담배 연기에 포함되어 있는 4000여 종 모두를 무게로 쟀을 때 담배 맛을 좌우하는 성분은 고작 9%라고 한다. 흡연자는 타인까지도 흡연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다.

흡연은 각종 질환의 원인과 함께 남성 성불능의 주범으로 인식된다. 흡연은 정충의 수를 줄이고 ‘테크코스테론’이라 불리는 남성호르몬의 혈중치를 감소시켜 남성의 수태 능력을 감소시킨다. 50%가 넘는 흡연률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한때 세계 1위 흡연율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쓰고 있다. 뉴질랜드 의사협회는 흡연으로 자신의 수명이 15년 정도 단축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경고하고 있다.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이 협회의 폴 오클포드 회장 대행은 흡연 사망률에 관한 국제적인 연구를 보면 흡연 관련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세계 여러 나라 장기 흡연자들의 경우 자신의 수명보다 평균 15년 정도 빨리 죽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 같이 밝혔다. 그는 또 “당신이 만일 계속 담배를 피운다면 손자가 크는 것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연을 위한 노력은 개인은 물론 사회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 처음 만들어진 국립암센터의 ‘금연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금호아시아나는 1991년 국내 최초로 전 사업장에 금연구역을 선포하고 1995년 세계 최초로 아시아나항공 모든 여객기에서 금연을 실시했으며 같은 해 면세 담배 판매를 중단하는 등 지속적인 금연활동을 전개해 왔다.

국회내 금연운동을 실천하는 의원모임인 ‘스모크프리 리더(Smoke Free Leader. 약칭 스프리더) 그룹’이 25일 출범했다.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 등 여야 30여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스프리더’는 이날 오후 국회 앞 잔디광장에서 공식 발대식을 갖고 담배연기 없는 건강한 국회를 만들기 위해 금연실천 운동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지난 2월 국회에 제출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공중이용시설의 흡연구역 설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를 부인하는 것이라는 반발도 없지 않다. 역사적으로도 기근 때 담배가 식욕 억제제로 사용된 사례도 있다. 프랑스 대혁명 전 농민들은 잇따른 기근을 담배로 버텼다고 한다. 하지만 담배는 땅의 힘을 급격히 떨어뜨려 다른 작물의 재배를 어렵게 한다. 결국 담배는 악순환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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