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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협력이 최선

‘상호협력 맞대응 전략’
사회적 갈등 해결 열쇠

 

요즘 우리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불안하다. 국내외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도 부족한 때 대화와 양보는 없고 갈등과 반목이 되풀이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비정규직 보호법,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을 둘러싼 갈등을 보면서 우리사회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사회적 갈등을 접할 때마다 게임이론에 자주 등장하는 죄수의 딜레마가 생각난다.

죄수의 딜레마에서는 2명의 공범이 체포되어 각각 다른 방에서 심문을 받는다. 이들은 체포 전 죄를 자백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죄의 자백 여부에 따라 다른 형량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갈등한다. 만약 배신하지 않고 둘 다 죄를 부인하면 6개월만 복역하면 된다. 그러나 한 명이 배신하여 죄를 자백하면 자백한 사람은 곧바로 풀려나지만 자백하지 않은 사람은 10년을 복역해야 한다.

 

또 둘 다 배신하면 각자 5년씩을 복역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자신에게 가장 유리할까? 상대방의 결정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면 협력보다는 배신이 유리하다는 것이 죄수의 딜레마이다. 자백하면 기껏해야 5년 형이지만 자백하지 않으면 10년 형을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을 딜레마라고 부르는 이유는 둘 다 배신할 때 받게 되는 5년 형이 배신하지 않을 때 받을 6개월 형보다 나쁜 결과를 주기 때문이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보듯이 상대방을 믿지 못하면 우리는 종종 불리한 결정을 내리고도 합리적인 결정으로 착각하게 된다. 우리사회의 갈등도 죄수의 딜레마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죄수의 딜레마에서 공범들에게 동일한 상황을 되풀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현명할까? 죄수의 딜레마 상황이 반복될 때는 배신보다 신뢰와 협력을 우선하는 맞대응 전략이 최선이다.

소련에서 미국으로 귀화한 수학자 아나톨 라포포트가 제안한 맞대응 전략은 1980년대 벌어진 2번의 컴퓨터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면서 유명하게 되었다. 이 토너먼트에서 참여자는 자신의 전략을 가지고 죄수의 딜레마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은 전략을 꾸민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토너먼트가 끝난 후 과학자들은 우승한 전략을 보고 놀랐다. 매우 복잡한 전략이 우승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매우 단순한 전략인 맞대응 전략이 우승했다. 맞대응 전략은 초기 모든 상대자들을 신뢰한다.

 

신뢰가 유지되는 한 절대로 신뢰를 깨지 않는다. 그러나 한 번 상대가 배신하면 다음부터 그 상대자를 절대 신뢰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맞대응 전략을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전략’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맞대응 전략도 상대가 한 번의 실수로 배신을 하게 되면 끝없는 배신의 늪에 빠지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상호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맞대응 전략이 제안되었고 이 전략은 여전히 최고의 전략으로 인정받고 있다.

맞대응 전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현명한 자세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게임이론은 상대방을 신뢰하고 서로 협력하는 것이 현명한 자세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혹시 신뢰가 깨지거나 상대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더라도 너그러이 받아주고 다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알려주고 있다.

최근 4대강 살리기 사업이 발표되자 다시 우리사회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업을 시행할 때 일부 환경 파괴를 피할 수 없다. 또 사업을 포기한다고 해서 수해, 가뭄으로 인한 일부 국민들의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다.

찬성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이나 맞대응 전략에 따라 서로 신뢰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업을 진행하되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치밀하게 계획하고 세심하게 진행하도록 서로 협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답답한 마음에 사회적 갈등을 풀 과학적 발견을 소개해 보았다.

프로필
▶1954년 전남 광주 출생
▶1990년 美캘리포니아대학
물리학 박사
▶1990년~현재 아주대학교
자연과학부 교수
▶2006~2008년 아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2007년~현재 한국물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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