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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칼럼] 생소한 용어 ‘모의 환자’

일명 ‘표준화 환자'
의학교육 발전 기여

 

필자는 지난 번 글에서 의학교육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 변화의 결과로 필자는 이제 학생들이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의사 자격증을 받으면 기본적인 ‘일차 진료’는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오늘은 그 많은 변화 중에서도 의학교육 방법에 혁신을 가져 온 모의 환자 활용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모의 환자’하면 그 단어로 대강은 짐작할 수는 있겠으나, 이미 활동하고 있는 의료인이나 심지어는 의과대학 교수들까지도 이들이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들조차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의학교육에서 활용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아직 의사 자격이 없는 학생들이 혼자서 입원하고 있거나 외래를 찾은 환자를 상대하여 의학적 면담을 하고, 진찰하고, 진단을 내리고, 병에 대해 설명하고, 처방하는 것은 환자에게 불편함을 주기도 하고, 드물게는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학생들이 실제 환자와 접촉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며 이마저도 교수와 전공의들의 철저한 감시, 감독 하에 허락된다.

이런 제한점 때문에 학생들에게 의사로서의 실제적인 능력을 가르치기 위해 건강한 사람이지만 환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의 환자(현재는 ‘표준화환자’라고도 많이 함)가 의학교육과 평가에 활용되고 있다.

철저한 훈련을 통해 배출된 모의 환자는 실제 환자와 똑 같이 말하고, 행동하고 표정도 지으며 심지어는 극단적인 감정 표현(화내기, 울기, 침울해 하기 등)도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어렵고 특수한 상황에는 극예술 분야의 연기자들이 참여하지만, 요즈음은 일반인들도 일정한 과정의 훈련을 받으면 일반적인 모의환자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할 정도로 연기를 잘 하신다. 실제로 우리 학교에서 모의 환자로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는 연기자 외에 가정주부, 학생, 회사원, 병원 직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참여하고 계신다. 학생들은 이렇게 훈련된 모의환자를 대상으로 실제와 거의 똑같은 환경에서 의사의 역할을 수행하여 환자와 소통하는 교육을 받고 있다.

환자로 연기하는 것 이상으로 모의 환자의 역할 중에 중요한 것이 훈련받은 내용대로 학생들이 의사 역할을 실제로 잘 하는가를 확인·평가하는 것이다. 환자를 인격적으로 대하며 예의를 갖추는가, 효과적으로 대화가 되도록 잘 유도하는가, 필요한 진찰을 정확히 하는가, 약물 투여나 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는가, 약을 먹는 방법이나 부작용 등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는가 등에 대해서 평가한다. 모든 과정을 끝내고 모의환자 자신들이 평가한 내용에 대하여 ‘환자의 관점’에서 직접 학생들에게 의견을 말할 수도 있고, 담당 교수가 학생이 모의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한 다음 ‘의사의 관점’에서 학생의 강점이나 문제점을 지적해 주기도 한다.

또한 이 모든 과정은 녹화가 되어 의학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교수가 학생과 일 대 일로 만나 이 녹화물을 같이 시청하며 그 학생의 행동 하나 하나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설명하고 교정해 주는 과정을 거쳐 학생이 의사로서의 태도와 기술 그리고 실제적인 지식에 대해 배우게 되는 것이다.

지난 6월 총장께서 주재하고 각 단과대학장들과 처장들이 모여 학사를 논의하는 인하대학교 교무회의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개최되었다. 의학전문대학원의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다른 대학에서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벤치마킹하자고 총장께서 지시하셨기 때문이다.

이 때 모의환자를 이용한 의학교육에 대해 설명 들은 법학전문대학원장께서 ‘아주 인상적이다. 법학전문대학원에서도 저런 교육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니 자료를 좀 보내달라’고 하셨다. 필자도 공감하여 모든 자료를 보내드렸음은 물론이다.

모의 환자, 비록 지금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자원자 모집 공고를 해도 참여하는 분들이 많지는 않지만 지금도 이들은 의학교육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면 더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필자는 이 분들이야말로 자랑스럽게 ‘나는 우리나라 의학교육을 위해 큰일을 했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프로필
▶1949년 충북 청원 출생
▶1985년 서울대학교 의학박사(소아과학)
▶2007년~2009년5월 대한 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 이사장
▶2008년~현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장/의학전문대학 원장,
환경부지정 인하대병원 알레르기질환 환경보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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